KBS 예능 PD들과 제작진이 "타성에 젖었던 부분을 반성한다"며 새로운 각오를 드러냈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는 KBS 새 예능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하룻밤만 재워줘' 박덕선 PD, '1%의 우정' 손자연 PD, '건반 위의 하이에나' 남성현 PD가 참석했다.
위의 예능들은 지난해 추석 시즌 파일럿으로 공개돼 좋은 반응을 얻었고, 최근 정규 편성을 확정해 2월~3월 사이에 첫 방송될 예정이다.
3월 3일 방송되는 '1%의 우정'은 상반된 성향의 두 사람이 함께 하루를 보내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우정을 쌓아가는 인간관계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배철수, 안정환, 김희철이 MC로 확정됐으며, 안정환과 배정남, 김희철과 주진우 기자가 짝을 이룬다.
그러나 두 사람의 동거 생활을 담은 MBC '발칙한 동거'와 비교됐고, 손자연 PD는 "기획과 제작을 할 때부터 '발칙한 동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우리 프로그램은 반드시 친해지는 걸 보려고 강요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며 자신의 생각을 공개했다.
27일 방송되는 '하룻밤만 재워줘'는 사전 섭외 없이 현지인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일상까지 공유하며 또 다른 가족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최고 시청률이 10.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는 등 두 자릿수를 나타내 정규 편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언어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잠을 재워달라고 부탁하는 게 민폐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박덕선 PD는 "처음에도 그런 부분에 우려를 표했다. 중요한 건 언어 부분에서 생기는 게 큰 어려움이라고 생각해서 김종민, 이상민을 비롯해 같이 간 게스트들이 그 나라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언어를 열심히 준비했다. 파일럿 때도 불편함을 느낄까 봐, 제작진이 촬영 끝나고 설명하고 선물도 드렸다. 그 부분이 방송에 안 나가서 오해를 샀다. 이번에는 더욱 신경 써서 보완하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공영 방송인 KBS는 시청자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방송국이다. 그런 만큼 방송을 만들 때 제작진의 책임감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들은 KBS 예능에 대해 "다른 방송국을 따라 한다" "너무 올드하다" "후발주자 느낌" 등의 편견을 가지고 있다.
실제 '하룻밤만 재워줘'는 방송 직후 JTBC '한끼줍쇼'와 콘셉트가 비슷하다는 평이 나왔고, '1%의 우정'도 '발칙한 동거'와 비교되기도 했다. 또, 3월 2일 방송되는 '건반 위의 하이에나'는 표절 논란은 없었으나, 방송 당시 시청률이 낮았고 프로그램 자체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남성현 PD는 "10살 아들이 있는데 KBS가 있는지 모르더라. 충격이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방송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아이들과 10대가 좋아하지 않는 방송을 만들면 위기라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고, 그게 내 목표다. 내 아들과 아들의 친구도 KBS를 잘 알도록 만들고 싶다"며 다부진 각오를 내비쳤다.
손자연 PD는 "공영 방송국에 있는 모든 PD들의 숙제다. 예능 PD들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매일매일 고민하고 있다. '같이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웃음인가?'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그 부분을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다. 치열하게 고민 중이다. 어떻게 하면 진정성 있게 다가갈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동료와 선후배 등도 마찬가지다. 중간에 타성에 젖은 부분도 있었지만, 다들 노력하고 있으니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이와 함께 박덕선 PD, 손자연 PD, 남성현 PD는 "모든 예능 PD들의 최종 목표는 장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hsjssu@osen.co.kr
[사진]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