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다 내려놓겠다."
최근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며 그 심각성을 알리는 이른바 '미투 운동'이 연예계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배우 조민기, 조재현, 최일화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일부 인정하고 "모든 걸 다 내려놓겠다"고 사과해 시선을 모으고 있다.
가장 먼저 사과 입장을 밝힌 이는 조재현이다. 그는 지난 23일 배우 최율이 SNS에 올린 '미투' 캠페인 동참글과 JTBC '뉴스룸'에서 피해자 A씨의 인터뷰가 공개되자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다. 결국 조재현은 다음 날인 24일 소속사를 통해 "전 잘못 살아왔습니다"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고, "전 이제 모든 걸 내려놓겠습니다"라며 사과 입장을 밝혔다. 현재 출연 중인 tvN 드라마 '크로스'에서도 12회를 마지막으로 하차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최일화도 마찬가지. 그는 먼저 성추행 사실을 고백하며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어 "출연 예정이었던 MBC 새 드라마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와 현재 맡고 있는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직, 그리고 세종대 지도 교수직 등 모든 걸 내려놓겠다"며 오랜 자숙의 시간을 예고했다. 하지만 그를 향한 폭로글 중에는 성추행 외에도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바. 최일화는 성추행은 인정하면서도 폭행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끝으로 성추행 의혹을 받은 배우들 중 가장 먼저 이름이 거론됐지만 27일에서야 사과문을 발표한 조민기가 있다. 그는 지난 20일 자신이 성추문에 휩싸이자 이를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이후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지자 27일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잘못이다"라고 시작하는 사과문을 전했다. 그 또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밝혔으며, 이와 관련해 관할 경찰서는 피해자들의 진술을 확보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조민기, 조재현, 최일화는 결론적으로 사과 입장을 발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곱지 않은 상태. 피해자들의 폭로가 있기 전까지 오랫동안 아무 일 없다는 듯 방송에서 활동해왔으며, 이번 사과문 또한 싸늘한 대중의 여론에 못 이겨 발표한 것이 아니겠냐는 시선이 많다. 특히 조민기의 경우, 처음엔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다 성추문에 휩싸인지 8일차에야 사과문을 발표해 그 진정성에 의심을 받고 있다.
이에 "다 내려놓겠다"는 이들의 닮은꼴 사과문이 언제까지, 어디까지 지켜질지에도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폭로 내용이 경찰조사 후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는 단순 사과와 하차로 마무리할 수 없는 범죄이기 때문.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에 대해선 법적 처벌이 불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건의 경우에는 이들이 책임을 제대로 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 사과문은 논란을 덮기 위한 마지막 행동이 아닌, 오래도록 고통의 시간을 견뎌왔을 피해자들에 대한 속죄의 시작이어야 할 것이다. 이에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밝힌 이들의 약속이 몇 년 뒤 "작품으로 보상하겠다"는 말로 되돌아오지 않길 바란다. / nahe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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