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의 연예토피아] 사회적 움직임으로 확산된 '미투' 운동. 폭풍처럼 몰아치는 기세에 권위는 뿌리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 긍정적인 운동으로 전방위에서 큰 응원도 받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무고한 피해자가 등장하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 그렇기에 이를 막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폭로가 반드시 수반되야 한다.
폭로글의 형태에서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는 게재한 후 지우는 것이다. 조민기와 조재현에 대한 폭로를 담은 SNS글, 오달수 기사에 달렸던 폭로 댓글, 곽도원을 저격하며 그가 성추행했다고 주장한 글, 또 다른 중견배우와 관련된 한 네티즌의 고발글도 짧게는 1시간여, 길게는 수시간만에 삭제됐던 바다.
게재했던 글의 삭제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진의를 의심케 한다. 자연스럽게 폭로 자체도 힘을 잃는다. 그렇다면 '그녀'들이 폭로글들을 쓰고 굳이 지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글이 '거짓'이기 때문일 수 있다. 한 포털사이트의 커뮤니티에는 이른바 '자작글'이 유행이듯, 각자만의 이유로 자신의 글솜씨를 뽐내볼까 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글의 삭제 역시 가볍다. 이는 윤리적이든 법적이든 무조건 지탄받아야 할 일이다.
반면 글이 '사실'이라면 또 다른 폭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기사를 삭제한 이들은 2, 3차 피해에 대한 압박감과 두려움을 느낀다는 공통된 이야기를 전했다.
조재현의 실명을 폭로했던 배우 최율은 자신의 SNS에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이제 그 세계에서 멀리 떨어졌다고 생각해 제가 올린 글이 이렇게 관심을 받을지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웠다. 찾아와 죽인다고 하는데 안 무서울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글을 삭제한 것"이라고 자신이 글을 지웠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저에게 보내신 메시지나 댓글 다 읽어보았다. 왜 제게 그런 욕을 하시는지 제가 뭘 잘못했는지 다 이해할 수는 없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쓴 글로 인해 받았던 비난과 상처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오달수를 가해자로 지목한 A씨는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폭로 댓글을 게재하고 삭제한 이유에 대해 "기사화되며 나에게 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무서워서 지웠다"라고 털어놨다.
용기를 내서 글을 올렸지만 예상치 못한 비난을 받자 몰려오는 공포감, 기사화로 인해 커지는 상황을 보며 맞딱뜨리는 심리적 압박감, 추후 벌어질 지도 모를 법적 공방에 대한 두려움 등이 글쓴이가 짊어져야 할 마음의 무게다. 한 심리삼당가는 "피해자한테만 너무 초점을 맞추는 사회적 구도, 자극적인 증언만을 이끌어 내 재가공되는 기사, 용기 내서 폭로한 당사자에 가하는 비난 댓글이나 피해자 찾기에 몰두해 전화 공격을 멈추지 않는 미디어 등이 폭로자들에게 또 다른 폭력이 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만큼이나 폭로자들은 글을 쓰면서 고통스럽고 처절한 과정을 거칠 것이다. 그리고 그 폭로를 지켜내는 것은 그보다 더 몇 배의 힘이 든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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