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하나만큼은 믿고 볼 수 있던 '중견 명품 배우'들이 '성추문'으로 인해 '민폐 배우'로 전락했다. 갑작스러운 하차로 인해 그 역할을 맡을 후임 배우를 찾아야 했고, 급하게 대본 수정까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연극, 뮤지컬, 영화 등 문화계 전반에 걸쳐 성범죄 근절을 위한 폭로와 고발인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연극 연출자들, 영화 감독에 이어 배우들 역시 '성추문'에 이름을 올리며 논란을 야기시켰다.
이들은 대부분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이라 대중들과 제작진에게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그 중 가장 먼저 드라마에서 하차를 한 이는 조민기다. 지난 20일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조민기는 쉼없이 터져나오는 피해자와 목격자의 폭로에 결국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하차하기로 결정했다.
이 드라마 속에서 조민기가 맡은 역할은 비중이 크지 않고 촬영 분량도 많지 않다. 이에 제작진은 조민기를 통편집하기로 결정, 이재용을 후임으로 선택했다. 그나마 방송 전이기에 드라마적으로는 큰 타격이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반면 지난 24일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성추행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한 조재현의 경우는 문제가 심각하다. 조재현은 현재 방송 중인 tvN 드라마 '크로스'에서 고경표와 함께 주연으로 출연해왔다. 16회 중 8회까지 방송이 된 '크로스'이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조재현을 하차시킨다거나 통편집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이에 제작진은 대본 수정을 통해 최대한 빨리 하차시키는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작진에 따르면 조재현은 12회를 마지막으로 극에서 완전히 하차한다.
최일화는 '성추문' 폭로 전 자신의 과오를 자진 고백하며 사과했다. 최일화 는 "현재 맡고 있는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직,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와 영화·광고, 세종대 지도 교수직 등 모든 걸 내려놓겠다. 앞으로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일화는 MBC 드라마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에서 하차했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제작진은 후임을 물색중이다.
이들 외에도 영화 '흥부'의 조근현 감독은 성추문으로 인해 영화 홍보 일정에서 배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으며, 성추문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는 오달수는 영화 '이웃사촌' 쫑파티에 불참했다. 또 그가 출연하기로 한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측은 "입장 정리중"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와 같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성추문들이 연달아 터지자 드라마와 영화 제작진 역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27일 OSEN에 "현재 캐스팅 중인 드라마 제작진이 일일이 체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 그래도 드라마가 많아서 캐스팅이 힘든데다가 논란이 언제 터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parkjy@osen.co.kr
[사진]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