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1군 경험’ 김대유가 ERA 9.64에서 얻은 것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2.28 11: 00

회심의 결정구를 던졌다. 그러나 타자들의 반응은 없었다. 나름 열심히 준비한다고 했기에 더 당황스러웠다. 당황의 결말은 대개 좋지 않았다. SK 좌완 김대유(27)의 2017년을 요약하면 그랬다.
김대유는 2017년을 앞두고 중요한 결단을 내린다. 팔을 낮췄다. 정통 오버핸드에서 사이드암으로 변신했다. 좌타자를 상대로 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결단이었다. 비교적 큰 키에 팔을 내리니 커브나 다른 변화구의 각이 전체적으로 좋아졌다. 특히 커브는 호평을 받았다. 큰 궤적을 그리며 좌타자 바깥으로 쑥 도망갔다. “이건 통한다”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선수 스스로도 기대가 컸다.
퓨처스리그(2군) 성적도 좋았다. 38경기에서 32⅔이닝을 던지며 4승2패1세이브10홀드 평균자책점 3.03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2할3푼3리로 괜찮았다. 결국 2014년 이후 처음으로 1군에 올라갈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1군 성적은 좋지 않았다.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64에 머물렀다. 좌타자 상대로 투입됐으나 오히려 우타자보다 피안타율이 높았다. 1군 생활이 길지 못했던 이유다.

투구폼을 바꾸는 도박까지 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으니 낙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결정을 이끌 누군가를 원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대유는 핑계나 변명을 대지 않는다. 투구폼 변신의 선택은 여전히 옳았다고 믿는다. 대신 자신감에서 부진의 이유를 찾는다. 김대유는 “구종을 선택할 때 좀 더 확신에 차서 던져야 했다. 내가 선택하고도 자신감을 갖지 못했다. 내가 자신 있게 던지지 못했으니, 타자들이 속았을 리가 없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작년에 찾아온 기회에 감사하다”고 미소 지었다. 고작 4⅔이닝, 24타자를 상대했을 뿐이지만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확신한다. 김대유는 “그래도 1군에서 느낀 것이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있게 던지면 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나고 나서 느낀 것인데, 1군에서 배운 것이 있었던 셈이다”면서 “어쩌면 밑바닥에서 조금씩 올라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2017년의 긍정적인 부분을 찾았다.
배운 것이 있으니, 이제는 그것을 실천해야 할 때다. 김대유는 SK의 퓨처스팀(2군) 캠프가 열리고 있는 가고시마에서 자신감 회복에 나서고 있다. 더 강한 공을 던지고, 가지고 있는 구종을 더 확실하게 해야 한다. 김대유는 “커브가 슬라이더처럼 빨라졌다. 각이 큰 슬라이더가 된 셈”이라며 이 부분에 좀 더 전력투구할 뜻을 드러냈다.
한때 좌완 왕국이었던 SK지만, 지금은 좌완 전력이 그렇게 풍족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새 얼굴에 대한 목마름은 여전하다. 김대유가 지난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이자, 돌려 말하면 올해도 기회가 올 이유이기도 하다. 비록 출발은 2군에서 하지만 작년처럼 반드시 한 번의 기회는 온다. 하지만 무턱대고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김대유는 “기회는 잡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들어서 잡는 것도 능력”이라고 했다. 그 흐름을 얼마나 빨리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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