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의 필수 조건, 바로 강한 백업이다.
지난해 통합우승을 이룬 KIA에선 내야수 서동욱, 내·외야를 넘나든 최원준, 외야수 김호령, 포수 한승택 등이 백업으로 든든히 뒷받침했다.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에도 포수 박세혁, 내야수 류지혁, 외야수 정진호가 주전 못지않은 활약으로 부상 공백을 잘 메웠다.
반면 10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한화는 암흑기 내내 백업 선수층이 약했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 변수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주전을 위협할 만한 백업이 거의 없었다. 매년 주전과 백업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힘을 썼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진짜 다를 것 같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백업 선수들의 기량이 눈에 띄게 성장하며 내부 경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포지션별 주전사실상 정해져있지만 1군 백업 4~5자리를 놓고서 치열한 경쟁 체제가 구축된 모습이다.
내야에선 '슈퍼 백업' 오선진이 있다. 지난해 후반기 주전 2루수로 활약한 오선진은 올 시즌 전천후 내야 백업으로 준비 중이다. 캠프 연습경기에서도 2루·3루를 넘나들며 24타수 8안타 타율 3할3푼3리 4타점 5득점으로 활약 중이다. 특히 2루타만 5개나 터뜨리며 '중장거리포' 변신이 성공적이다. 건실한 수비는 여전하다.
또 다른 내야 요원 정경운도 캠프 8경기에서 15타수 5안타로 타율 3할3푼3리 1홈런 4타점 3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 1개에 2루타 2개로 장타도 곧잘 친다. 주 포지션인 유격수뿐만 아니라 1루부터 2루와 3루까지 모두 맡아 전천후 수비 요원으로 활약 중이다.
외야에서는 2차 드래프트로 넘어온 이적생 백창수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좌익수와 1루수를 번갈아 뛰고 있는 백창수는 캠프 8경기에서 18타수 6안타 타율 3할3푼3리 5타점으로 활약하고 있다. 2루타 2개, 3루타 1개로 장타도 있다. 볼넷을 5개 얻어 출루율은 4할7푼8리. 대타 그 이상의 활약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3년차 신예 강상원도 빼놓을 수 없다. 캠프 9경기를 빠짐없이 출장한 강상원은 22타수 9안타 타율 4할9리 6타점 4득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대주자로 1군 진입 가능성이 높은 강상원은 타격도 기대이상 야무진 솜씨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포수로는 지성준이 27일 LG전에서 외인 투수 타일러 윌슨에게 투런 홈런을 뽑아내는 등 2안타 멀티히트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 포지션에 걸쳐 백업 선수들의 수준이 올라왔다. 백업 자리도 아무나 1군에 올라올 수 없다. 몰라보게 좋아진 백업들의 성장이 달라진 한화를 기대케 한다. /waw@osen.co.kr
[사진] 오키나와=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