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처럼 일하는 배우."
배우 장혁을 일컫는 수식어 중 하나다. 지난 1997년 SBS 드라마 '모델'로 데뷔해 스타등용문이었던 드라마 '학교1'(1999)에 출연해 핫스타로 주목을 받았다. '명랑소녀 성공기'(2002), '고맙습니다'(2007), '추노'(2010), '운명처럼 널 사랑해'(2014), '뷰티풀 마인드'(2016), '보이스'(2017), '돈꽃'(2018) 등 그동안 출연했던 많은 작품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작품을 장르별로 분류해봐도 다양하다. 로맨틱코미디부터 액션스릴러, 시대극, 복수물, 의학물, 휴먼드라마까지 장혁의 폭넓은 연기적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작품과 작품 사이의 공백이 크지 않기 때문에 더욱 대단히 여겨지는 대목이다. 작품을 하고 있을 땐 캐릭터에 확 몰입하다가도 또 다음 작품으로 나올 때면 이전 캐릭터는 완전히 지워낸다.
장혁은 '소처럼 일하는 배우'라는 평가에 대해 "공백을 가져야 하는 배우도, 그 배우들이 생각하는 것도 자기만의 배우로서의 자세고 리듬감인 것 같다"며 모든 배우에 대한 존중을 보여줬다.
그는 "저는 작품을 선정하고 준비하고 그 전에 캐릭터를 흘려보내는 시간을 갖는데 남들보다는 빠른 편이다. 조금 더 많은 작품을 해서 많은 인프라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또 다른 장르의 캐릭터를 통해 스펙트럼을 넓혀놔야 제가 나중에 나이를 먹었을 때 더 많이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복싱을 오래하게 됐는데 전적이 많은 선수가 경기 운용을 잘하더라"고 전했다.
이전에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기 위한 매체로 가수들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경우도 많았다. 장혁 역시 마찬가지. 그는 TJ로 활동했던 것도 이 같은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장혁은 "2000년대 초반이 어떤 상황이었냐면 그 시절에 남자배우들이 뮤직비디오를 찍는 것이 연기적인 측면으로 들어가는 거다. 어떤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찍으면 장르적인 다양성을 가질 수 있는 시기였다. 저는 그때 아웃사이더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프로젝트 앨범을 준비한 거다"며 "배우적인 이미지를 만들어가려고 뮤직비디오를 찍었고, 전 노래를 못해서 랩을 한 거다. 그때 당시 방송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출연하지 않으면 뮤직비디오를 틀지 못하는 거다. 한 달 반 활동하고 TJ 활동은 없었다. 그 이후에 뮤직비디오를 보여드리게 된 거다. 실제로 가수할 생각은 전혀 1%도 없었고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한 거다. 이 이야기를 10년째 하고 있다. 내년에도 할지 모르니까 똑같이 써 달라"고 설명했다.
물론 고민도 없지 않아 있다. 장혁은 "단 그만큼 노출이 많이 된다는 게 두렵다"며 "새로운 걸 찾아야 한다는 것도 있지만 그것 역시 배우로서 풀어야 할 숙제다. 그게 겁나서 안 나오는 것보다 깨져보기도 하고 보완하기도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연기에 임할 땐 확실한 자기관리를 보여주는 장혁이지만, 예능에서의 그의 모습은 반전 매력으로 다가온다. 약간의 허당미가 그의 인간적 매력을 살려주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장혁은 "그건 다 엮여서 나가는 거다. 가보면 차태현, 김종국 등 (친한 친구들이) 다 있다. 자발적으로 나간 건 없다"며 웃음지었다.
예능에 대한 부담감이 있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오히려 더 좋더라. 허당미, 틈새가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친한 사람 앞에선 누구나 허당미가 있다. 예능을 나가보면 친한 사람이 꼭 있더라. 허당미만 있는 건 아니지만 예능에서는 (편집이) 허당미만 모아서 나가는 거라 극단적인 캐릭터로 보여지긴 하는데, 사람이 늘 진지하기만 재미없고 허당미만 있으면 또 진지해보이지 않고. 사람이 양방향이 있으면 좋지 않나.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못 논다. 멋있는 척 해야 하니까"라고 답했다.
벌써 데뷔 20주년도 훌쩍 넘긴 배우 장혁. 본인 스스로 생각하는 흑역사가 무엇이냐고 묻자 "흑역사라는 건 내가 안 좋게 생각하는 역사일 텐데 많이 있지 않겠냐"며 "어쩄뜬 그걸 통해서 나아가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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