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하비 와인스타인→오달수, 미국발 '미투'의 나비효과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2.28 21: 10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MeToo)’ 운동은 국내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졌다. 조민기, 조재현, 최일화, 최용민, 오달수 등 연기파 배우들의 성추행 사실을 이끌어내며 연예계의 성희롱이 예상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지난해 가을 밝혀진 영화감독 출신 영화제작사 대표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소식을 단지 먼 나라 미국의 이야기로만 접했던 게 사실이다. 작은 날갯짓이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에 태풍을 몰고 올 것이라곤 예상조차 못했다.
하비가 유명 여배우들과 더 와인스타인 컴퍼니 소속 여직원들을 수 십 년간 성추행 및 동의 없는 신체 접촉을 저질러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전 세계를 발칵 뒤집놓았다. 하비 와인스타인의 피해자 중에서는 배우 애슐리 주드, 로즈 맥고완, 레아 세이두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다수의 배우들이 포함돼 파문을 낳았다.

아내와 자식도 떠나고 혼자가 된 하비는 마지막까지 지키려했던 제작사 더 와인스타인 컴퍼니가 5억 달러(한화로 5362억 5000만 원) 규모의 매각 체결에 실패하면서 결국 파산하게 됐다. 이른바 ‘할리우드의 거물’ 하비 와인스타인의 비참한 최후가 아닐 수 없다.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우리나라 검찰에서 촉발되더니 급기야 연예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연극 연출가 이윤택은 연희단 거리패 소속 여배우들을 성폭행해 임신에 이르게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피해 여성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점에 충격을 안겼다. 예술이라는 고결한 이름 뒤에 숨어 적폐형 성추행을 저질러 온 것.
교수 겸 배우로 활동하던 조민기와 조재현은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모든 것을 내놓고 반성하며 살아가겠다고 사과했음에도 연이은 폭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무엇보다 ‘천만 요정’이라는 수식어로 영화계를 주름잡았던 오달수의 성추행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그 역시 자신의 이름이 밝혀지고 신분을 가린 피해자들이 등장했음에도 앞선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부인하다 결정적인 피해자의 등장에 과거의 사실을 인정하며 자숙하며 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많은 피해여성들이 용기를 내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피해 사실을 고백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방송 영화계는 곪을 대로 곪았던 문제가 터졌다고 보고 있다. 예술이라는 미명 아래 감독·제작자·남자배우에게 집중된 권력, 특유의 선후배 시스템이 원인으로 꼽힌다. 미투 운동이 잘못된 문화를 바꿔주는 것 같아 반갑다./purpli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