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국 안방의 ‘나나랜드’, 이상이 현실로 이어질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8.03.01 09: 31

롯데 자이언츠의 안방마님 자리를 두고 펼치는 경쟁 구도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상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롯데는 대만 가오슝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일본 오키나와로 넘어와 2차 스프링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1차는 훈련 위주로 진행됐다면, 2차는 실전 연습경기 위주로 치러지고 있다. 지난달 26일에 SK와 첫 연습경기를 치렀고 지난달 28일 삼성과 두 번째 연습경기를 치렀다.결과에 의미를 두기는 이르지만 2경기 모두 결과는 일단 만족스럽다. SK전에서는 11-4로 완승을 거뒀고, 삼성전 역시 7-2, 강풍 콜드 게임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현재 롯데는 몇몇 포지션의 주인을 가리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결과보다 이 과정이 사실 더 중요하다. 대표적인 포지션이 포수다.
14년 간 안방을 지켰던 강민호의 이적은 ‘윈 나우’의 행보로 투타 요소요소에 만족스러운 전력 보강을 한 롯데를 개운하지 않게 하는 부분이었다. 강민호의 이적이 먼저 이뤄졌다고는 하나, 허탈한 기분이 가시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허탈해도 어쩔 수 없고 이미 지나간 일이다. 대안을 찾아야 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는 김사훈, 나원탁, 강동관, 나종덕이 포수 오디션에 참가하게 됐고, 오키나와로 모두 실전 경기에서 눈도장을 받기 위한 과정에 있다.
강민호의 공수 존재감을 완벽하게 채우긴 아무래도 힘들다. 그래도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기에 선수들끼리의 경쟁은 치열하고, 이를 보는 코칭스태프의 고민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일단 두 번의 연습경기를 통해 포수 자리에 대한 코칭스태프의 의중은 읽을 수 있었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각각 고졸과 대졸 포수 최대어로 꼽혔고 결국 한 팀에서 만나게 된 나종덕과 나원탁의 성장을 우선적으로 지켜보고 새로운 능력을 발견하려고 했다.
SK전에서 선발 포수 마스크는 나종덕이 6회까지 마스크를 썼고, 7회부터는 나원탁이 교체로 들어갔다. 그리고 삼성전에서는 나원탁이 선발 포수로 출장했고 6회까지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일단 공격보다는 수비가 평가의 최우선 초점이었다. 방망이야 다른 선수들로 커버 할 수 있지만 수비의 경우 투수들의 리듬과 심리 상태, 그리고 경기 결과 전체와 직결될 수 있는 문제다. 장재중 배터리 코치 역시 포수의 기본인 포구와 프레이밍, 블로킹을 최우선적으로 강조하며 훈련을 진행 했고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확인 했을 터.
나종덕은 다소 불안한 인상을 남겼다. SK전에서 2개의 폭투와 1개의 포일이 나온 상황에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전체적인 안정감에서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에 반해, 나원탁은 별 다른 포구 미스 없이 경기를 풀어갔다. 삼성과의 경기 1회말 1사 1,2루 다린 러프 타석 때 선발 송승준의 떨어지는 포크볼을 블로킹 한 뒤 3루로 향하던 2루 주자를 송구라 잡아낸 부분은 의미가 있는 장면이었다. 또한 이날 포크볼과 커터 등 변화가 많은 공들을 무리 없이 포구하고 블로킹 해내며 안정감을 심어줬다.
한 야구인은 “결국 나종덕과 나원탁이 주전에 자리를 잡아야 구단이나 팬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그림 아니겠나”라고 말하며 이들에 대한 기대치를 평가했다. 이들보다 경험이 많은 김사훈이 있는데, 주전보다는 좀 더 긴박한 상황에 투입되는 백업적인 가치에 무게를 둬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이 야구인의 의견이기도 했다. 현재까지 연습 경기의 라인업만 지켜봤을 때는 나종덕과 나원탁, 이른바 ‘나나랜드’로 불리는 이들이 먼저 기회를 잡는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결국 롯데가 바라는 현재와 미래의 가치를 동시에 잡기 위한 이상적 방향은 ‘나나랜드’의 1군 안방 입성인 셈이다. 그렇다고 이상이 반드시 현실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무수히 많은 변수를 겪는 것이 정규시즌이다. 특히 검증이 되지 않은 롯데의 포수진 상황에서는 더더욱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다. 향후 김사훈이 등장해 경험을 무기로 주전 마스크를 차지할 수도 있을 것이고, 강동관이 성장세를 보이며 나종덕과 나원탁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부상에서 회복 중인 안중열, 상무에서 경험을 쌓고 돌아올 김준태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나종덕, 나원탁이 그리는 ‘나나랜드’가 롯데 안방의 이상을 과연 현실로 만들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이상적인 그림이 롯데를 찾아오게 될까. 오키나와에서의 남은 연습 경기, 그리고 시범경기에서 새로운 국면이 나타날 수 있을까. 롯데의 포수 자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