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은 ‘희로애락’의 연속이다. 야구로 성공해서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감독, 코치, 선수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도 살아오면서 힘든 시기가 있었고 그것을 잘 극복하면서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하며 최초로 통합 4연패의 위업을 달성하고 이제는 ‘LG맨’으로서 통산 5번째 우승에 도전하게 된 류중일(55) LG 트윈스 감독을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에서 만나보았다. 그의 인생에서 ‘삼고삼락’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지난 시즌 종료 후 의외로 LG 사령탑이 됐다. 당시 기분은.
*처음 후보라는 얘기를 듣고 나도 조금 놀랐다. 이전에 삼성 구단 고위관계자였던 분과 얘기할 때 ‘LG 빼고 다른 팀에는 다 가도 된다’는 말도 들었지만 LG 유니폼을 입게 됐다. 우승은 팀전력이 좋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준비도 잘해야하고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LG에서 다시 한 번 우승의 감격을 맛보고 싶다.
-삼성 감독에서 물러난 후 어떤 공부를 했나.
*한달간 일본 소프트뱅크에 가서 스프링캠프와 관련해서 공부를 했다. 소프트뱅크의 미야자키 캠프지는 메인야구장 2면에 보조구장, 실내연습장까지 잘 갖춰진 체육공원에 있다. 1군 감독이 1, 2군 선수들을 한꺼번에 관찰할 수 있는 시설이 좋았다.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일본 선수들은 시즌 종료 후인 11월에 짧은 휴가를 가진 뒤 12월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실시하며 본격적인 스프링캠프 준비를 한다. 1월에는 3, 4명씩 따뜻한 지역을 찾아가서 함께 훈련하며 실전대비를 마치고 2월 1일 스프링캠프 개시부터 곧바로 시즌처럼 경기를 치른다. 투타 모두 컨디션이 정규시즌과 비슷한 수준으로 시범경기와 연습경기를 갖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20년간 쌓아온 그들의 스프링캠프 준비 노하우였다. 우리도 선수들이 일찍부터 캠프 준비를 하고 2월 연습경기 때부터는 실전 가동에 들어가야 한다.
-지금까지 야구 선수와 감독 생활을 해오면서 힘들었던 순간들은 어느 때였나. 2016시즌 후 삼성 감독에서 물러날 때가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니었나.
*삼성 감독에서 물러난 것은 맞지만 난 해고됐다고 생각은 안한다. 10월말까지도 재계약 논의를 하다가 마지막에 무산됐다. 하지만 감독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비상근 고문으로서 급여를 받으며 일을 했기에 해고됐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사실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한 후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중학교 때 선배들의 구타 때문에 딱 한 번 하루 야구 훈련을 이탈하고 집에 머문 정도가 힘든 사건일 정도로 비교적 순탄하게 야구를 해왔다.
-어린시절부터 야구를 해오면서 3번의 기뻤던 순간은.
*야구를 하면서 좋았던 기억이 많다. 그중에서 3번을 꼽으라면 2011년 선수시절 경험하지 못했던 우승을 감독이 되자마자 이뤘을 때가 가장 기뻤다. 그렇게 우승이라는 것을 해보려고 선수 시절 노력도 많이 했는데 이루지 못하고 은퇴해서 코치생활을 해오다가 감독이 된 후 그 꿈을 이루게 돼 감격스러웠다. 두 번째는 아들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1990년 1월 결혼을 한 후 시즌 개막 초반인 4월 중순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고는 정말 기뻤다. 기분이 좋은 덕분인지 그날 시즌 첫 홈런도 기록했다. 마침내 한 가정을 이루게 됐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마지막 기쁜 일은 야구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국가대표의 꿈을 이룬 것이다. 시기가 잘 맞아떨어진 덕분에 국가대표 유니폼을 일찍 입었다. 김재박 선배 등이 프로야구로 가면서 대표팀이 대학생들 위주로 꾸려지면서 자리가 생겨 한양대학교 1학년때부터 4학년때까지 줄곧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 외에도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주전 자리를 꿰찬 것 등 좋은 일은 많았다.
선수, 코치, 감독까지 삼성 유니폼만을 입고 순탄하게 야구인생을 걸어온 류중일 감독이 외부 야구계에서 ‘감독생활하기 가장 힘든 구단 중 하나’라는 LG에서 또 한 번 기쁨을 맛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일본 오키나와=글. 박선양 스포츠국장, 사진.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