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의 발걸음이 임기 시작부터 바쁘다. 마치 개막이 오기 전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듯, 광폭적인 현장 행보로 거리를 좁히고 있다. 정 총재의 의욕만큼 역점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다.
지난 1월 공식 임기를 시작한 정 총재는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지난 2월 13일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로는 한국에 있는 날보다 해외에 있는 날이 더 많다. 14일에는 뉴욕에서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MLB) 커미셔너를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 그 후에는 플로리다와 애리조나를 돌며 전지훈련을 진행 중이었던 KBO 리그 구단들과 만났다. 한 팀도 빼놓지 않고 찾아 상황을 둘러봤다.
미국 체류 중 피터 오말리 전 LA 다저스 구단주를 만나기도 한 정 총재는 2월 28일부터 장소를 일본 미야자키와 오키나와로 옮겨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미야자키에서는 두산을 찾았고, 1일에는 킨 구장에서 KIA와 한화, 그리고 아카마 구장에서는 삼성과 롯데를 차례로 만나 격려했다. 야구 관계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강행군이다.
지금까지 KBO를 지휘했던 많은 총재들 또한 야구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라나 총재 업무 외에도 신경 쓸 부분이 적지 않아 이렇게까지 현장을 둘러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정 총재는 전임 총재로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야구계에서는 이런 정 총재의 행보를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KBO의 수장이 현장에 와 적극적으로 의견을 듣고, 또 의견을 전달하는 과정은 어떤 의미에서도 나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정 총재는 스스로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지금까지는 ‘야구 팬’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KBO라는 거대 조직을 이끌어가는 수장이다. 때문에 정 총재는 자신을 최대한 낮추며 많은 부분을 열어두고 있다. 현장을 찾는 것도 업무에 대한 파악을 최대한 빨리 끝내기 위해서다. 한편으로 현장과 발이 잘 맞아야 KBO가 추진하는 사업의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꼭 현장의 건의사항을 듣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KBO 사무국의 생각을 전달하기도 한다. 실제 정 총재는 각 구단들을 만난 자리에서 KBO의 핵심 프로젝트인 ‘클린베이스볼’, ‘스피드업’ 등의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중간 과정을 거치는 시간을 아낄 수 있음은 물론, 전달력의 극대화도 기대할 수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총재께서 직접 이야기를 하시는 것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크다”고 말했다.
이런 정 총재의 현장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시즌이 시작되면 더 많이 현장을 찾아 KBO 발전을 위한 해법을 함께 찾아간다는 생각이다. 지금껏 없었던 방식에 현장도 아직까지는 어색한 기색이 있지만, 이런 문화가 정착되면 현장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이다. 여러 가지 생각과 아이디어가 나와서 나쁠 것은 없다. KBO 리그 전체의 소통과 발전의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정 총재의 강행군이 계속될 이유다. /skullboy@osen.co.kr
[사진] 오키나와=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