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공이면 수술을 했다는 자체를 의심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2월 28일 요코하마와의 경기를 마친 SK 주전포수 이재원은 팀 동료이자 에이스인 김광현의 투구 내용을 묻는 질문에 대번 이렇게 대답했다. 한 팀에서 함께 뛰면서 오랜 기간 김광현의 공을 받아본 이재원은 “수술 전 좋았을 때의 차이가 거의 없다”면서 “이닝과 투구수를 늘려가야 과정이 있기는 하겠지만 지금까지는 아주 좋다”고 밝게 말했다.
같은 시간. 이날 선발 마운드에 오른 김광현을 바라보는 동료 투수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역시 김광현”이라는 찬사가 여기저기서 절로 튀어 나왔다. 투수 조장인 박정배는 “수술을 했지만 투구폼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수술 전보다 더 안정된 느낌을 준다”고 칭찬했다. 후배 투수들도 김광현의 구종을 공유하는 등 투구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이처럼 모든 선수들이 에이스의 복귀를 고대하고 있다. 재활 상태는 거의 완벽하다. 김광현의 재활 과정을 지켜본 동료들은 “김광현 걱정은 사치”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성실하게 재활을 했다는 것이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복귀에 대한 열정은 강화의 어린 선수들에게 많이 귀감이 되기도 했다.
야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모두가 합심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결정적인 순간 믿음을 주는 선수가 있다. 슈퍼스타들이다. 팬들만 그런 시선으로 보는 게 아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결정적인 순간 “저 선수가 해줄 것이다”는 믿음이 있다. SK에는 김광현이 그런 선수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해 2016년까지 242경기에서 총 108승을 따냈다. 승부처와 큰 경기에서 강인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단순히 1~2년 쌓은 신뢰가 아니다.
그런 에이스의 복귀를 반기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김광현의 부상으로 팀 전력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올해는 “김광현이 돌아와 해볼 만한 전력이 됐다”고 이야기한다. 김광현이라는 선수 하나의 존재 유무가 전체 선수단의 심리 상태까지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에이스의 복귀는 단순히 몇 승의 추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린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김광현은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선수로 평가된다. 차세대 감독감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투구를 보는 것, 같이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큰 교훈이다. 김광현도 이제 어느덧 서른이다. 막내 생활을 오래했던 예전과는 다르다. 이제는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후배들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도 읽힌다.
동료들, 코칭스태프만 반기는 것은 아니다. 구단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선수가 구단의 가장 큰 자산이라면, 김광현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자산이다. 구단의 실질적인 수입과도 연관이 크다. 부상을 당해 한해를 쉬었던 지난해를 제외하면, 매년 유니폼 판매 1위다. 김광현이 등판하는 날은 그렇지 않은 날에 비해 10~15% 정도 관중이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다. 이처럼 에이스의 복귀는 여러 부문에서 소중하다. SK가 더 철저하게 준비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skullboy@osen.co.kr
[사진] 오키나와=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