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데로만 정확히 던지면 못 친다." 양의지의 쩌렁쩌렁한 한 마디가 신인의 호투를 불러냈다.
두산은 지난달 28일 일본 미야자키 소켄구장에서 오릭스 버펄로스와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1-5 강우콜드 패배. 선발 장원준이 홈런으로 2실점을 한 가운데, 불펜에서 실점이 나왔다. 여기에 타선도 전반적으로 산발적 안타에 그치며 침묵했다.
구상 점검에 초점을 둔 친선 경기인 만큼 결과는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이날 호투로 김태형 감독의 미소를 짓게한 선수가 있었다. 2018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곽빈이다.
이날 곽빈은 장원준에 이어 3회말에 마운드에 올라 세 명의 타자를 모두 땅볼로 처리하며 깔끔하게 이닝을 정리했다. 곽빈이 던진 공은 총 14개로 148km/h의 직구 12개와 함께 커브, 체인지업을 각각 한 개씩 던졌다.
'신인' 곽빈으로서도 자신감이 붙은 순간이었다. 지난달 실시한 시드니 1차 캠프에서 곽빈은 청백전을 통해 첫 실전 무대를 가졌다. 타석에는 김재환, 양의지, 오재일 등 두산의 중심타선이 섰다.
신고식은 혹독했다. 안타는 물론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흔들리면서 볼넷까지 연이어 나왔다. 곽빈도 "1차 스프링캠프에서는 너무 잘 보이려고 하다보니 오히려 힘이 들어갔다"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만회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 가운데, 곽빈은 완벽하게 제 몫을 하며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리고 그 뒤에는 포수 양의지의 도움이 컸다. 이날 곽빈의 공을 받은 양의지는 큰 소리로 "가운데로 던져도 못 친다"고 크게 외쳤다. 강력한 직구가 주무기지만, 변화구 역시 수준급이었던 곽빈이 직구만 던진 이유 중 하나다. 양의지는 “첫 실전이니 긴장을 풀라는 뜻에서 일부러 크게 이야기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양의지의 배려에 곽빈도 고마움을 전했다. 곽빈은 경기를 마친 뒤 "(양)의지 선배님 사인대로 던졌다"라며 "공이 좋으니 직구만 던져도 못친다고 자신있게 던지라고 해주신 덕분에 잘 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 bellstop@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