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중견 남자 배우 '성추문'에 드라마, 영화 제작사와 방송국이 캐스팅 난항에 빠졌다. 누가 언제 성추행 의혹에 휩싸일지 몰라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 안 그래도 작품 수가 많아져 캐스팅을 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드라마판 제작진은 이 같은 성추문에 더욱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근 연극, 뮤지컬, 영화 등 문화계 전반에 걸쳐 성범죄 근절을 위한 폭로와 고발인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 성추행을 당했지만, 2차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꼭꼭 숨어지내던 피해자들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해자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고 있는 것. 이에 연출가 이윤택을 비롯해 배우 이명행, 조민기, 조재현, 한명구, 최용민, 김태훈, 오달수, 최일화 등이 줄지어 대중들과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 중에서도 조민기, 조재현, 오달수 등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거나 출연 예정인 배우들은 제작진과 상의 끝에 극에서 하차하는 결정을 내렸다. 조민기는 3일 첫 방송 예정인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하차했다. 제작진은 조민기의 촬영분을 편집하기로 결정한 후 조민기의 후임으로 이재용을 선택했다.
조재현은 방송 중인 tvN 드라마 '크로스'에서 하차한다. 조재현이 주연이다 보니 곧바로 극에서 빠지는 불가능해 제작진은 대본을 수정해 조재현의 분량을 최대한으로 편집해내고 있다. 이에 조재현은 12회 분까지만 출연하고 극에서 완전히 하차한다.
오달수도 6년만 드라마 복귀작이었던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하차했다. 오달수 후임으로는 박호산이 투입, 오늘(2일)부터 촬영에 돌입했다. 최일화는 성추문이 불거지기 전 MBC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에서 자진 하차했다. 오달수와 최일화는 영화 '신과 함께2' 촬영도 마친 상태지만 제작사 측은 두 사람의 분량을 삭제하고 재촬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드라마와 영화에서 하차를 결정한 배우들 대부분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던 중견 남자 배우들이다. 연기만 놓고 봤을 때 믿고 보는 배우들이었던 것. 그렇기에 제작진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캐스팅을 진행중인 드라마 영화 제작사와 방송국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지긴 마찬가지.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이제는 연기만 놓고 캐스팅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 방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OSEN에 "안 그래도 힘들었던 캐스팅이 더 힘들어졌다. 이러다가는 중견 배우들이 아예 출연을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라며 "지금 성추문에 휩싸인 배우들 외에도 소문이 돌고 있는 배우들이 꽤 많다. 그래서 '성추문' 관련 배우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는 말도 있다. 캐스팅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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