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미투운동→법적대응→추가폭로..상처받는 목소리들
OSEN 박판석 기자
발행 2018.03.03 10: 39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연대인 미투운동(나도 당했다)이 점점 더 확산 되고 있다. 3일만에 입을 연 남궁연은 사실무근이고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언론을 통해서 육성인터뷰를 하면서 또 한 번 논란이 불거졌다. 미투 운동에서 용기를 낸 피해자의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남궁연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전통음악가 A씨는 채널A와 인터뷰를 통해서 남궁연의 사실무근 주장에 반박했다. A씨는 남궁연의 부인이 전화를 건 녹취를 공개하면서 “사모님을 생각해서 딱한 마음이 들었던 내가 바보였다”고 심정을 고백했다. 공개된 녹취 내용에서는 남궁연의 부인은 A씨에게 “남편도 마음 풀어주고 싶어서 어떻게든 해보고 싶은데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우리와 만나서 어떤 포인트에서 어떻게 화가 났는지 이야기하고요"라고 밝혔다.
남궁연을 고발한 피해자 A씨는 자신의 주장의 진실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결국 언론에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패턴은 다른 사건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됐다. 오달수 역시도 최초의 댓글 폭로이후 법적대응을 언급했고, JTBC ‘뉴스룸’을 통한 피해자와 엄지영씨의 추가폭로가 이어지면서 결국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미투운동은 하나의 사회적 흐름으로서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상에 익명을 적힌 글과 댓글을 통해서 시작 됐고, 그 결과 추악한 욕망을 가진 이들의 민낯이 드러났다. 조민기는 메신저 대화 내용과 강간 미수 등의 추가 범죄 내용이 폭로됐고, 현재 경찰의 수사대상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파급력이 크기에 미투 운동의 양면성은 분명 존재한다. 곽도원 등 익명의 글을 통해서 폭로된 이들 중에서 사실무근이라고 대응 한 뒤에 피해자가 나서지 않으면서 잠잠해진 경우도 있다. 실제 피해자가 있는지, 억울한 누명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폭로와 관련해 이름이 거론 된 이들만 큰 피해를 봤다.
가해자들에게 법적인 처벌은 물론 사회적인 윤리적인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어렵게 성범죄 사실을 고백한 피해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가 없다면 사건을 수사할 동력도 그들의 범죄를 입증할 증거도 없다.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는 것도 피해자의 용기있는 고백 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미투운동 결과 익명의 폭로 이후 피해자들이 나선 경우 대부분 가해자들은 범죄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과거의 추세로 봤을 때, 법적대응을 운운하며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가해자들의 목소리 보다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조금 더 힘을 실어주는 게 타당해 보이는 면도 분명 있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문 폭로 이후 우리 사회는 검사마저 성추행 당하고 말하지 못한 현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물며 권력 관계와 관행처럼 벌어지는 성범죄에 시달린 이들은 더욱더 말을 꺼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들로 인해서 피해자들은 또다른 상처와 악몽에 시달리는 것은 아닐까./pps2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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