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들의 타격감이 아직 정상은 아니다. 그러나 트레이드 마크는 살아있다. 오키나와 연습경기부터 불을 뿜고 있는 SK의 대포가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SK는 1차 전지훈련을 미국 플로리다에서 치른 뒤 지난 2월 24일 일본 오키나와로 넘어왔다. 오키나와에서 계속 훈련을 했던 팀, 혹은 대만에서 훈련을 했던 팀보다는 상대적으로 컨디션 조절이 어렵다. 이제 시차적응을 마치고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단계다. 때문에 전체적인 야수들의 타격감, 수비에서의 움직임이 플로리다 캠프 막판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그러나 홈런포는 여전하다. SK는 오키나와 입성 후 4경기를 치렀다. 이 4경기에서 총 6개의 대포가 터져 나왔다. 그것도 골고루 나온다. ‘홈런 군단’ 완성의 기대감을 높이는 수치다.
지난 2월 27일 요미우리와의 경기에서는 홈런왕 2연패에 빛나는 최정, 그리고 올 시즌 홈런왕 레이스의 다크호스로 뽑히는 제이미 로맥이 나란히 좌측 담장을 넘겼다. 두 타구 모두 맞는 순간 넘어간 것을 직감할 수 있는 수준의 아치였다. 로맥과 최정은 확고부동한 주전 선수로 시즌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다. 아직 “타격감이 완벽하지 않다”고 말하는 시점에서도 맞으면 여지가 없었다.
2일 KIA와의 경기에서는 팀이 기대를 걸고 있는 대포들이 나란히 터졌다. 지난해 생애 최다 홈런(19홈런)을 기록한 나주환을 시작으로 5회에는 한동민, 8회에는 김동엽, 9회에는 최승준이 홈런을 쳤다. 이 중 한동민 김동엽 최승준은 올 시즌 구단에서 20홈런 이상을 기대하는 선수들이다. 세 선수 모두 좋은 포인트에서 공이 맞았다. 컨디션이 점차 올라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동민(발목)과 김동엽(팔꿈치)은 기나긴 재활 여정 끝에 부상 부위가 상당 부분 회복됐다. 선수들 스스로 “큰 문제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최승준 또한 타격폼을 바꾸며 올해를 벼르고 있다. 레그킥을 하지 않고 백스윙을 짧게 하는 것으로 변경했는데 지금까지는 만족스럽다. 유일한 문제인 ‘타이밍’ 또한 서서히 맞아가고 있다는 게 최승준의 이야기다.
SK는 지난해 무려 234발의 대포를 쏘며 KBO 리그 한 시즌 팀 최다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2~3년에 걸친 ‘홈런 군단 프로젝트’가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이다. 올해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 관리 여부에 따라 이 기록을 깰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만큼 홈런에는 최적화된 선수 구성과 환경을 가지고 있다. 물론 득점 루트의 다변화가 반드시 필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잘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