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SK 프리뷰 12] ‘마무리 중책’ 박정배, 단단한 징검다리를 자처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3.03 13: 26

박정배(36·SK)는 잡초 같은 선수다. 수많은 부상과 시련을 이겼다. 발목이 아팠고, 팔꿈치도 아팠고, 심지어 투수에게는 생명인 어깨도 아팠다. 하지만 그때마다 불굴의 의지로 일어났다. 그렇게 버티고 버틴 박정배는 인생 최고의 훈장을 단다.
박정배는 SK의 개막 마무리로 낙점됐다. 오키나와 연습경기나 시범경기에서 특별한 부상이나 난조가 없는 이상 SK의 마지막을 책임진다. 지난해 성과를 고려하면 당연한 선택이다. 박정배는 모두가 당황스러웠던 지난해 SK 불펜에서 가장 안정적인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61경기에서 68이닝을 던지며 5승3패7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3.57을 기록했다. 타고투저의 흐름에서 불펜 투수의 성적으로는 최상위권 수치였다.
박정배는 “개막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영광스럽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만 36세에 잡은 첫 기회다. 당연히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이 자리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면 야구 인생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불태울 수 있다. 그러나 박정배는 개인적인 목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욕심이 없다고 말한다. 욕심이 없으니, 부담도 없다.

철저하게 팀을 이야기하는 박정배다. 박정배는 “어차피 이 팀은 서진용이 마무리를 해야 하는 팀이다. 백인식이라는 좋은 후보도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경험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지만 언젠가는 좋은 마무리투수로 클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만 버텨주면 된다는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박정배는 “그렇게 생각하니 별다른 욕심도 나지 않는다. 하던 대로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부담도 없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1이닝 이상을 던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올해는 일단 1이닝만 확실하게 막으면 된다. 박정배는 자신의 기량이 아닌, 동료들의 공을 보고 이를 확신한다. 박정배는 “내가 못해도 다른 좋은 선수들이 있다. 윤희상도 불펜으로 와 확실하게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앞에서 다른 선수들이 자기 몫을 확실히 해줄 것이라 믿기 때문에 나는 내가 할 것만 하면 될 것 같다”고 동료들 칭찬에 열을 올렸다.
불펜의 꽃은 마무리다. 그러나 박정배는 이처럼 꽃보다는 다리를 자처한다. 투수조장의 타이틀에도 앞에 나서지는 않는다. 박정배는 “(주장인) 이재원과 (야수조장인) 최정이 팀에서 중간쯤의 위치다. 이 선수들이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팀 전체 분위기가 많이 밝아졌다. 나는 하는 일이 없다”고 웃었다. 그러나 뒤에서는 후배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말이 많지 않은 스타일이기에 한 마디, 한 마디에 후배들의 집중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다리를 놓고, 다른 선수들이 놓을 다리를 이어 다 같이 험난한 강을 건너겠다는 게 박정배의 올 시즌 유일한 욕심이다. 박정배는 “전체적으로 투수들의 분위기가 좋다. 개막 엔트리를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SK 불펜의 자존심 회복을 자신했다.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박정배다. 생애 첫 마무리 도전이지만, 박정배의 시선은 자신보다는 팀으로 향한다.
2018년 프리뷰
개막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한다. 지난해 마무리 부재로 울었던 SK임을 생각하면 박정배의 어깨에 올려 진 짐이 무겁다. 단순히 올해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자신의 말대로 박정배가 1년을 버티면, SK는 장기적 새 마무리를 찾을 시간을 번다. 구단으로서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박정배가 어마어마한 중책을 맡은 셈이다. 다행히 지난해도 집단 마무리 체제에서 좋은 성과를 냈던 기억이 있다. 여전히 140㎞대 중·후반의 공을 던질 수 있는 강철 어깨를 가진데다 확실한 결정구를 가지고 있다. 경험도 믿음직스럽다. 박정배가 2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다면, SK는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skullboy@osen.co.kr
[사진] 오키나와=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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