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이명기(31·KIA)에게 잊지 못할 시기였다. 트레이드라는 당황스러운 과정이 오히려 전기를 만들었다. KIA의 리드오프로 자리를 굳히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나, 팀으로나 모두 잘 풀린 시기였다.
시즌 막판 부상 탓에 115경기 출전에 머무른 것이 옥의 티였을 뿐, 성적은 화려했다. 타율 3할3푼2리, 154안타를 기록했다. 홈런도 개인 최다인 9개를 쳤다. 공헌도를 인정받아 연봉도 2억5000만 원으로 오르는 등 따뜻한 겨울을 보냈다. 하지만 이명기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는다. 더 꾸준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일념 하에 방심 없이 몸을 만들었다. 그 결과 지금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특별히 준비 과정을 바꾼 것은 없었다. 이명기는 그것이 지난해 성적에 만족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다만 한국시리즈까지 진출, 상대적으로 휴식기가 짧았다. 때문에 최대한 같은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익숙한 방법을 썼다. 이명기는 “지난해 이맘때와 큰 차이가 없다. 현재 아픈 곳도 없다”며 시즌 준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1월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몸을 만들었다. 선수단 본진이 합류하기 전 먼저 들어와 전지훈련을 준비했다. 아직 100% 상태는 아니지만 시즌 개막까지 차분하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이제는 KIA의 확고부동한 외야수이자 리드오프로 자리 잡은 만큼 더 책임감을 가지고 캠프를 보내고 있다.
이명기는 사실상의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2015년 137경기에서 164개의 안타를 쳤다. 당시 “좀 더 성장하면 200안타를 칠 수 있는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안타를 생산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2016년 다소 부침이 있었으나 2017년 그 평가가 그렇게 과장된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러나 이명기는 200안타에 대해서는 고개를 젓는다. 이명기는 “200안타는 목표가 아니다”고 자신을 낮춘다. 다만 더 큰 목표를 덧붙인다. 이명기는 “200안타보다는 하루에 꾸준히 1~2개씩의 안타를 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기복이 있는 화려함보다는, 나간 경기에서는 매일 팀에 공헌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는 다짐이다. 물론 그렇게 건강하게 뛴다면 언젠가는 200안타에 도전할 수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