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기대가 과하면 실망도 큰 법. 스타 작가의 귀환, 초호화 배우 캐스팅, 스케일 큰 스토리에 화려한 CG 등 tvN '화유기'의 시작 전 수식어는 다양했다. 그러나 이들 중 박수 받을 만한 건 배우들의 명연기 뿐이었다.
지난해 12월 23일 시작된 '화유기'는 고대소설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퇴마 로맨스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손오공을 맡은 이승기의 제대 후 복귀작에 홍자매와 차승원의 재회 등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은 이 작품에 집중됐다.
하지만 방송 2회 만에 미완성 된 CG가 그대로 전파를 타고, 끊긴 흐름 그대로 방송이 종료되는 역대급 방송사고가 벌어졌다. 하루 만에 수습되긴 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끔찍한 크리스마스이브의 악몽이었다.
게다가 알고 보니 촬영장에서 스태프가 추락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쉬쉬한 상태로 첫 방송을 감행했다는 뒷말까지 나오며 '화유기'는 끝없이 표류했다. 3회 방송이 제대로 방송될지도 미지수였다.
결국 tvN 측은 제작진을 추가 투입하고 현장 사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화유기' 촬영을 이어갔다. 한때 촬영 중지 비난까지 받았지만 제작진과 스태프들, 배우들이 한데 뭉쳐 시청자들의 돌아선 마음을 돌렸다.
2주 만에 재개된 3회부터 '화유기'는 순항했다. 마성의 오공파탈 손오공으로 완벽하게 분한 이승기, 물오른 미모와 연기력을 입증한 진선미 역의 오연서, 단짠을 오가며 시청자들의 오감을 자극한 우마왕 차승원은 매회 시청자들의 박수를 이끌었다.
이들 외에 마비서 역의 이엘, 저팔계 역의 이홍기, 사오정 역의 장광, 좀비 부자 역의 이세영, 수보리조사 역의 성지루, 동장군-하선녀 역의 성혁은 맛깔나는 연기로 '화유기'를 탄탄하게 뒷받침했다. 장근석, 이소연, 오연아 등 특급 카메오들도 제몫을 해냈다.
엎어질 뻔한 작품을 다시 띄운 건 8할이 배우들의 명연기였다. 이승기와 오연서의 알콩달콩 로맨스, 차승원과 이승기의 티격태격 브로맨스에 시청자들은 울고 웃었다. 송종호, 이엘, 장광, 이홍기, 김성오, 성혁, 이세영의 다채로운 연기는 박수 받을 만했다.
비록 19회까지 컴퓨터 그래픽 처리는 여전히 허술하고 난데없이 삼장 진선미가 악한 인간 강대성(송종호 분)의 칼에 맞아 죽은 설정은 시청자들을 기막히게 만들었지만 말이다. 19회에 등장한 흑룡은 또다시 '화유기'의 오점으로 남게 됐다.
기대작이 실망작으로 전락했지만 배우들의 이름값은 20회 동안 빛났다. 그걸로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는 '화유기' 팬들이다. /comet568@osen.co.kr
[사진] '화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