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고시마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SK 퓨처스팀(2군)은 지난 2일 전체 회식을 했다. 분위기는 평상시 회식과 다를 것이 없었다. 고기 한 점과 맥주 한 잔씩이 오가면서 캠프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불이 꺼졌다.
갑작스러운 소등에 “정전이 아니냐”라는 등 잠시 소동이 벌어졌다. 그때, 회식 장소로 케이크와 촛불이 ‘입장’했다. 이 생일 케이크를 받을 주인공은 전지훈련 코칭스태프의 가장 큰 어른인 김무관 퓨처스팀 감독이었다. 잠시 어리둥절했던 김 감독도 생일 케이크를 받고서야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2월에서 3월 초까지 전지훈련을 떠난다. 이 시기에 생일인 선수들은 가족과 떨어져 외지에서 기념일을 맞아야 한다. 아무래도 조촐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고, 혹은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바쁜 일정에서 축하 파티의 짬을 내기도 쉽지 않다. 김무관 감독도 마찬가지다. 김 감독의 생일은 3월 2일. 한창 전지훈련이 막판으로 달려가고 있을 때다.
지도자 생활을 오래 한 김 감독은 “늘 생일 때 캠프지에 있다 보니 심지어는 생일인지도 모르고 지나갈 때가 많다”고 했다. 선수들을 지도하느라 정신이 곤두 서 있는 상황이라 더 그렇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선수들이 나섰다. 자신의 생일이 다가오는지도 몰랐던 김 감독과는 달리, 코치들과 선수들, 그리고 프런트는 이를 꼼꼼하게 챙기고 있었다. 미리 작은 선물을 샀고, 마침 회식이 2일로 잡히자 이날을 ‘D-데이’로 삼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감독님 생신인지는 선수들과 코치들이 모두 알고 있었다. 선물을 하자는 의견은 이미 가지고 있었다. 그냥 케이크와 선물을 전달하려고 했는데 불을 끄고 깜짝 파티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와 그렇게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딱 김무관 감독만 모르고 있었던 파티였던 셈이다.
예상치 못한 생일상을 받은 김 감독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선수들과 코치들이 깜짝 파티를 챙겨주니 정말 감동이었다”면서 “모두에게 너무 고맙고, 지금처럼 좋은 분위기 잘 유지하면서 캠프를 마무리하면 좋겠다”고 선수단에 당부의 말을 건넸다.
SK 퓨처스팀 캠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선수들의 컨디션과 훈련 경과가 매우 좋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공통된 이야기다. 이 캠프에 참여한 선수 중 1~2명은 올해 1군에서 자리를 잡는 것을 목표로 모두가 의욕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지금까지는 기본기 훈련과 개인별 맞춤 훈련에 집중했던 SK 퓨처스팀은 4일부터 총 네 차례의 연습경기를 치른 뒤 귀국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