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방송사고로, 관심이 실망으로 돌아왔다. 표류하다가 엎어질 뻔했지만 휘청거리면서도 20부작 끝을 맺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화유기'가 72일간의 여정을 마쳤다.
지난해 12월 23일 첫 방송된 tvN '화유기'는 고대소설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퇴마 로맨스물이다. 손오공, 삼장, 저팔계, 사오정 등 기존 캐릭터를 색다르게 재해석한 스타 작가 홍자매의 작품으로 시작 전부터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방송 2회에 미완성 된 CG가 그대로 전파를 타는 역대급 방송사고가 벌어졌다. 제작진은 황급히 방송을 중단했고 이 끊긴 흐름 그대로 2회가 종료됐다. '화유기' 팬들에게는 크리스마스이브의 악몽이었다.
특히 촬영장에서 스태프가 추락해 크게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더욱 문제가 커졌다. 결국 3회는 무기한 연기됐고 tvN 측과 제작사는 "이번 사고의 사후 처리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렇게 3회는 2주 만에 재개됐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거듭 스토리 전개와 2% 부족한 CG를 지적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아사녀(이세영 분)의 흑화, 삼장(오연서 분)의 허망한 죽음, 유치한 흑룡 비주얼 등은 시청자들의 비판을 유발한 요소였다.
그럼에도 배우들을 향한 칭찬은 식지 않았다. 초반부터 휘청거리던 '화유기'를 탄탄하게 다잡은 건 각 캐릭터에 훌륭하게 녹아든 배우들이었다는 찬사다. 주·조연, 카메오 가릴 것 없이 명연기의 향연이었다.
이승기는 마성의 오공파탈 손오공으로 분해 군대의 공백기를 완벽하게 지웠다. 오연서는 이승기와 애틋한 러브라인과 뭉클한 감정 연기로 여주인공의 품격을 높였고, 우마왕 역의 차승원은 코믹과 카리스마를 오가며 보는 재미를 배가했다.
이홍기는 매력적인 저팔계로 눈물과 웃음을 선사했고 좀비와 아사녀로 극과 극 연기를 보여준 이세영도 아역 꼬리표를 완전히 뗐다. 성혁도 동장군과 하선녀로 남녀 캐릭터를 넘나들었고 마비서 역의 이엘은 차승원과 찰떡 '케미'였다.
사오정으로 분한 장광은 까마득히 어린 이승기를 형님으로 모시는 아우 연기로 특별한 재미를 안겼고 이한주 역의 김성오도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다. 강대성을 연기한 송종호는 그야말로 악인 끝판왕이었다.
20회 내내 하드캐리한 배우들을 빼면 헛헛한 '화유기'다. 어쩌다 기대작 '화유기'가 이런 결과를 내게 됐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comet568@osen.co.kr
[사진] '화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