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 시작한 차일목, "은퇴 아쉬움 NO, 공부하는 재미"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3.05 06: 12

"지도자를 하고 싶었는데 재미있습니다". 
한화 차일목(37) 재활군 코치는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구단으로부터 지도자 제의를 받았다. 세대교체 추진한 한화는 베테랑 포수 차일목을 전력에서 뺐지만 지도자로서 가능성을 눈여겨봤다. 한화 관계자는 "평소 성실한 자세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지도자로서 괜찮은 자질을 봤다"고 코치 발탁 배경을 밝혔다. 
차일목은 크게 고민하지 않고 코치직을 받아들였다. 선수로서의 미련은 없었다. 지난 2003년 KIA에서 데뷔, 지난해 한화에서 마무리하기까지 14년간 통산 900경기를 뛰었다. 백업 포수로 시작해 주전 자리도 꿰찼고, 팀 성적도 꼴찌부터 우승까지 두루 경험했다. 화려한 스타선수는 아니었지만, 음지에서 묵묵하게 뛰었다. 

올해부터는 선수가 아닌 코치로 새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서산 재활군에서 부상 선수들을 관리하며 지도하는 보직을 맡고 있다. 코치가 됐지만 아직도 포수 미트는 벗지 않았다. 선수들의 공을 직접 받아보며 세심히 체크하기도 한다.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며 진심으로 마음이 통할 수 있는 코치가 되고자 한다. 지도자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 차일목 코치를 만나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2월부터 본격적인 지도자로 시작했다. 
▲ 처음에 '코치님' 호칭이 어색했는데 자꾸 듣다 보니 익숙해졌다. 코치 생활이 재미있다. 그동안 내가 몰랐던 부분이 많았다. 선배 코치님들께 물어보며 공부를 한다. 내가 경험한 것을 선수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전달하는 과정도 재미있다. 재활군에서 함께하는 김회성 트레이닝코치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재활 선수들은 지치고 힘들 때가 많다. 처지지 않게, 즐겁게 할 수 있게 하려 한다. 
- 지도자로서 공부는 어떤 식으로 하고 있나. 
▲ 야구 관련 책도 보지만 이론적인 것은 하나의 틀이다.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전 경험이 필요하다. KIA 시절부터 한화 때까지 만난 여러 선배 코치들에게 조언을 받으며 공부하고 있다. 선수들이 물어보는 것에 공부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 재미있다. 하나라도 더 찾아 알아보고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 선수를 은퇴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나. 
▲ 처음 코치 제의를 받았을 때 고민하지 않았다. 선수로 더하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그건 욕심이었다. 선수보다 코치로 팀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선수를 할 때도 지도자를 하고 싶었다. 마침 구단의 제의가 왔고,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 14년을 프로에서 뛰었는데 선수 생활을 돌아보면. 
▲ 선수 시절 기억은 잊었다. 가끔 TV 중계나 기사를 보면 '아 부럽다' 싶은 마음이 한 번씩 들지만 그렇게 크게 와닿진 않는다. 선수 때 아쉬움이야 많지만 이제는 추억일 뿐이다. 지금은 선수로서 아쉬움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 사실 선수 때는 안 되는 부분도 많았고, 하루하루 어떻게 해야 하나 압박감에 시달렸다. 지금은 지도자 생활을 즐겁게 하다 보니 선수 시절이 더 생각나지 않는 것 같다. 
- 한화에서 마지막 2년을 보내고 지도자로 출발하게 됐다. 
▲ KIA에서 오래 뛰었지만 한화에서 2년도 엄청 큰 의미가 있었다. 2차 드래프트로 왔는데 많은 걸 배우고, 새로운 또 다른 것을 느꼈다. 팀에 있으면서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느꼈다. 구단에서 코치를 제의한 것도 그러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냥 시킨 것은 아니다. 구단이 주신 좋은 기회에 잘 보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선수로서 많은 경험이 지도자 생활에 어떤 도움이 되나. 
▲ 나보다 경험을 많이 한 선수들이 많다. 선수 시절 나도 몸이 아프거나 야구가 안 될 때 스트레스가 컸는데 그 시간들도 돌아보면 소중했다.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게 지금 이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나 역시 선수 때 들은 이야기였지만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내 경험들을 진심으로 다가가 이야기하면 선수들도 의식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이 힘들지만 행복할 때다. 선수는 사소한 것 하나에 바뀔 수 있기에 선수 개인마다 진심을 전달하려 한다. 
- 지도자의 진심을 강조하고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 
▲ 선수 때 느낀 것이다. 지도자가 진심으로 다가와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건 나이가 어린 선수들도 다 보인다. 나 역시 지도자가 진심으로 다가왔을 때 야구를 가장 밝게 즐길 수 있었다. 지금도 연락을 드릴 정도로 감사한 분이 계시다. 야구장에 나오기가 힘들 때도 있었지만 지도자에 의해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봤다. 지도자에 의해 환경이 바뀔 수 있다. 지도자가 해야 할,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 앞으로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은가. 
▲ 멋진 지도자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보다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나 역시 돌이켜보면 그런 지도자를 만난 게 정말 행복이었다. 지금은 재활 쪽에 있으니 다른 것보다 재활 선수들이 잘 회복하고 준비해서 1군에 올라갈 수 있도록 돕겠다. 
- 재활 선수들에겐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있나. 
▲ 선수 때 잠깐씩 재활군에 있었던 적은 있지만 장기간 오래 있었던 적은 없다. 수술을 두 번씩이나 하고 재활하는 선수들을 보면 대단하다 싶을 정도다. 지금 힘들고 포기하고 싶겠지만 좋은 것만 생각하도록 조금만 더 버티자고 한다. 투수 황영국은 마지막이라고 말할 정도로 간절하다. 지금은 다들 아프지 않고, 재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분명 좋은 날이 올 것이다. 
- 선수생활 동안 응원해준 팬들에게 한마디 하면. 
▲ 그동안 많은 응원을 해주셔 정말 감사했다. 선수 생활을 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 하나 있다. 한화에서 (2016년) 5월5일 어린이날이다. 그때 문학에서 SK에 크게 졌다(6-19 패배). 경기 후 인사를 하러 나온 선수들에게 한화 팬들이 SK 팬들보다 큰 소리로 응원소리를 냈다. 그때 큰 감동을 받았다. 대단하고 감사하고 죄송스러웠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그랬을 것이다. 이제 선수는 아니지만 재활 코치로서 팀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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