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SK 프리뷰 16] ‘고민의 4개월’ 최승준의 DNA가 바뀐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3.05 09: 00

타자가 갖춰야 할 기본기는 거의 같다. 그러나 선수의 체형이나 스타일에 맞게 변형된다. 그 노력의 산물이 바로 타격폼이다. 그러다 보니 선수마다 제각기 폼이 다르다. 어쩌면 타자 고유의 DNA라고 할 만하다.
최승준(30·SK)은 그 DNA를 놓고 고민이 컸던 타자다. 보상선수로 SK에 건너 온 첫 해인 2016년 19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특정 코스나 구종에 대한 약점은 분명히 있었다. 폼을 좀 더 다듬으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평생을 가지고 살아온 DNA를 한순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최승준은 지난해 타격폼 수정을 시작했지만, 시즌 중에는 폼을 완벽하게 바꾸는 게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익숙한 예전의 폼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결과적으로 시즌 성적은 좋지 않았다. 무릎 부상에서 돌아와 재기를 노렸지만 몇 차례 기회를 놓치며 31경기에서 타율 2할3푼3리, 6홈런, 16타점에 머물렀다. 최승준도 타격폼 변신에 대한 필요성을 실감했다.

11월부터 개조가 시작됐다. 상대적으로 컸던 백스윙을 줄이는 작업이 우선이었고, 타격시 들었던 다리도 내려놨다. 말이 쉽지, 자신의 야구인생을 한 번에 바꾸는 어렵고 중대한 작업이었다. 최승준도 처음에는 이 과정이 옳은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최승준에 대해 잘 아는 정경배 타격 코치는 “좋은 과정으로 가고 있다”고 격려했다. 사실 살짝 흐트러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선수에게 확신을 주기 위한 정 코치의 박수는 계속됐다.
11월부터 2월까지 4개월 동안 DNA 개조에 열을 올렸던 최승준이다. 그 과정에서는 10㎏이 넘는 체중을 감량하기도 했다. 최승준은 “승부수”라고 했다. 어느덧 나이는 서른이었고, 이제 더 처지면 팀 내 경쟁에서 밀려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2018년은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절박하게 달려들었다. 그 결과는 지금까지 비교적 만족스럽다. 최승준은 바뀐 타격폼에 대해 “이제는 거의 다 적응했다. 타이밍을 맞추는 과정”이라고 했다.
준비동작이 짧아졌고, 다리를 들지 않으면서 폼이 전체적으로 간결해졌다. 다만 좋을 때의 느낌은 그대로 유지했다. 최승준은 “이런 저런 폼 변화로 폼이 간결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느낌 자체는 거의 같다”고 했다. 투수들과의 타이밍을 맞추는 작업을 최대 과제로 뽑은 오키나와 연습경기 성적도 좋다. 3경기에서 홈런 하나를 때리는 등 타율 4할을 기록 중이다. 최승준은 “타이밍이 서서히 맞아나가고 있다”고 미소지었다.
목표는 확실하다. 무조건 1군 풀타임이다. 최승준은 “올해는 반드시 실적을 내야 하는 해다. 체력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도 거의 없다”고 자신했다. 정경배 코치도 “꾸준히 경기에 나가면 홈런 20개 이상은 무조건 칠 수 있는 타자다. 플로리다 캠프 막판까지도 아주 좋았다. 폼도 자신의 사정에 맞게 응용해서 잘 만들었다”고 활약을 기대했다. 새로운 DNA로 무장한 최승준이 SK 거포 군단의 화룡점정이 될지 주목된다.
2018년 프리뷰
지난해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플로리다 캠프에서 가장 좋았던 야수 중 하나이며, 오키나와 캠프에서도 페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활약이 기대를 모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선구안 자체는 나쁘지 않은 선수라 정확도만 향상된다면 충분히 많은 홈런을 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약점이었던 높은 쪽 공은 무리하게 건드리기보다는 골라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일단 1루에서 박정권, 제이미 로맥 등과 경쟁하며, 지명타자로서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수비보다는 타격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 선수라 시즌 초반 페이스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SK는 지난해 최승준이 큰 공헌을 하지 못했음에도 234개의 홈런을 쳤다. 최승준이 가세하면 이 수치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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