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 운동으로 반드시 척결해야 할 문제로 극단 대표들이 지목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대중에 얼굴과 이름이 더 익숙한 인기 배우들이 비교적 높은 관심을 받고 그로 인해 지탄받지만 극단 대표들은 예술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적폐형 성추행을 벌여왔다는 점에서 참담함을 안긴다.
이윤택 전 '연희단 거리패' 연출가를 시작으로 어제(4일) 또 극단 '신화'의 대표 겸 연출가 김영수의 추악한 이면이 드러나 충격을 안기고 있다.
어제 오후 SNS를 통해 김영수 대표에게 2011년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피해 여성 A씨의 고백이 높은 관심을 모았다. A씨는 “출근했을 당시 김영수 대표가 민소매 티셔츠에 팬티만 입은 채 나타나 볼에 뽀뽀를 했고 그 다음날에는 (나의)입꼬리에 뽀뽀를 했다”고 털어놨다.
김영수 대표는 또 극단 뒤풀이가 있던 날 A씨를 모텔로 데려간 후 자연스럽게 샤워를 하고 나와, 침대로 올라오라고 했다고 한다. 그녀가 김 대표의 말에 따르지 않자 김영수는 붙 같이 화를 내며 “그럴 거면 나가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인 오늘(5일) 오후 김 대표는 "과거 저의 행동으로 상처받은 단원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극단을 운영하면서 저의 일방적인 생각과 판단으로 고통과 상처를 준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 만약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정식으로 사과를 드리고 아픈 마음을 치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용서를 빌었다.
우리나라 문화 예술계를 강타한 미투 운동은 지난해 10월 미국의 영화 제작사 대표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및 성희롱 행위를 비난하기 위해 SNS에서 해시태그를 다는 행동에서 시작된 성범죄 타도 운동이다.
국내 연극계에서 가장 먼저 미투 운동의 척결 대상이 된 주인공은 앞서 언급한대로 전 연희단 거리패 예술감독 이윤택이다. 이 감독은 20여 년간 극단에 속한 여자 단원들을 성추행했고, 성폭행해 임신까지 시켰다는 사실이 알려져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이 같은 그의 민낯은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에 의해 알려졌고 이 대표는 5일 만에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으나 처음에는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었다. 무엇보다 기자회견을 열기 전에 불쌍한 표정과 말투를 연습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극단 '목화' 오태석 대표도 여성 단원들과 서울예대 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실을 알린 목화 출신 배우 이세랑은 “이윤택 연출의 문제가 커서 오태석 연출의 일들이 묻힐까 걱정이 된다. 제가 직접적으로 당하진 않았지만 목격했던 사람으로 어렵게 피해를 세상에 알린 분들께 작게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며 “오태석 연출은 하루 속히 속죄하길 바란다”고 했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립극장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연극 연출가 김석만도 지난 1997년 여제자를 성추행한 것으로 밝혀져 팬들에게 실망감과 충격을 안겼다. 그는 폭로 10시간 만에 “교수로서 부끄럽다”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김 전 교수는 “피해자가 오랫동안 느꼈을 고통과 피해에 대해 뼈 아프게 사죄한다”며 “어떠한 행동도 변명의 여지도 없는 부끄럽고 해서는 안 될 짓임을 깨닫고 있고 제 잘못에 대해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사회적 명성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가 문화계는 물론,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더 이상 발을 못 붙이도록 강력한 법적 처벌 방안을 마련해야할 시점이다./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