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아웃팅' 이해영 감독, 그가 진짜 '미투'의 피해자라면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3.05 21: 00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영화감독 이해영이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그를 둘러싼 ‘미투(#Me Too) 운동’의 사실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감독은 5일 오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저를 지목해 올라온 게시글을 확인했다. 글에 언급된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임을 밝힌다”고 말했다. 이 감독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글쓴이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감독은 자신이 돌연 성추행의 가해자가 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과 더불어 글쓴이로 인해 의도치 않게 성 정체성이 밝혀졌다면서 인권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싸우겠다는 뜻을 덧붙였다.
그는 “게시자는 2년 전부터 저의 성 정체성과 인지도를 약점으로 이용해 지속적인 협박을 해왔다. 그는 제 지인과의 결별 이후, 저 뿐만 아니라 지인들에게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한 협박과 허위사실을 담은 언어폭력을 가해왔다. 개인적 피해를 넘어 공적인 명예가 실추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아웃팅'을 당했다며 “(글쓴이가 제게 성추행을 당했다는)허위 사실 유포로 인해 저의 명예가 실추되는 상황을 간과하지 않겠다. 저의 인권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동안 받아온 협박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시사했다.
어제(4일) 오후 글쓴이는 디시인사이드 영화 갤러리에 “2012년 8월 저와 썸 관계였던 A 감독, A의 전 애인인 B 감독, 그리고 A의 지인의 애인인 의사 C와 정동진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그곳에서 B와 C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담은 폭로글을 게시했다.
글쓴이는 이어 “두 사람(B와 C)이 저를 강제로 눕히려고 했고 이 과정에서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제가 ‘씻고 하자’고 핑계를 대고 도망쳐 나왔다”며 “이후 오랫동안 정신적으로 고통 받았다. 이성 간일 거라는 고정관념을 깨라”며 글에 등장한 인물들이 동성 관계임을 암시했다.
현재 글쓴이가 자신이 썼던 폭로글을 삭제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의 주장이 사실인지, 인지도 높은 이해영 감독의 명성을 흠집 내기위함인지 아직까지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물론 성추행 의혹을 받자 "성 소수자였다"고 털어놓은 이 감독의 주장도 아직까지 전적인 신뢰를 받긴 어려운 상황이다.
미투 운동의 일환으로 최근 일어난 일부 폭로들은 '미투'의 자정작용에 반기를 드는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투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반작용을 일으켜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 이제는 미투 운동의 정확한 의미를 똑바로 읽어야 한다./ purplish@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