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이 외국선수제도에 또 손을 댔다.
KBL은 4일 이사회에서 차기시즌 외국선수 제도를 자유계약으로 바꾸는 대신 장신선수 200cm, 단신선수 186cm이하로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2012-13시즌 도입됐던 트라이아웃제도가 다시 폐지되고 자유계약선수제도가 부활했다. 하지만 신장과 금액에 제한이 있기에 100% 자유계약이라고도 할 수 없는 애매한 제도가 탄생했다.
▲ 라틀리프 의식한 신장제한 200cm
장신선수의 기준을 200cm로 정한 것은 다분히 특별귀화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29, 199cm)를 의식해서다. 라틀리프는 올 시즌 삼성과 계약이 만료되면 10개 구단 어디든 추첨으로 갈 수 있다. 라틀리프를 데려가는 구단은 외국선수 두 명을 추가로 영입할 수 있다. 사실상 외국선수 세 명을 동시에 보유하는 팀의 등장으로 리그 전체의 균형이 깨진다. 이를 막고자 나름 안전장치라고 구상한 것이 200cm 신장제한인 셈이다.
하지만 KBL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국내장신선수를 보유한 일부 구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단들이 외국선수 신장제한을 아예 폐지하자는 의견을 개진했다. 하지만 KBL은 김영기 총재의 주도로 기존 주장을 밀어붙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즌을 일단 해보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다음 시즌 다시 제도를 바꾸자는 것.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200cm가 넘는 KBL 터줏대감들은 이제 강제로 리그를 떠나야 한다. 우승경험이 있는 로드 벤슨과 데이비드 사이먼을 비롯해 찰스 로드와 버논 맥클린도 해당자다. 외국선수제도가 바뀌면서 기량 좋은 선수를 보유한 구단도 재계약을 해야 할지 고민을 거듭하게 됐다. 193cm로 올 시즌 단신선수로 뛰고 있는 디온테 버튼이 그런 경우다.
▲ 국내선수도 외국선수도 아닌 라틀리프
장단신 외국선수의 연봉총합은 70만 달러다. 그렇다면 라틀리프를 보유한 구단은 어떻게 되나. 라틀리프의 연봉은 외국선수 연봉 70만 달러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라틀리프를 데려가는 구단은 나머지 외국선수 선발에 70만 달러를 다 사용하지 못하게 일부 제한한다고.
그렇다면 라틀리프 외 비싼 선수 한 명만 뽑아서 올인하는 전략도 가능할까. 한 명만 뽑는 것은 가능하지만 70만 달러를 다 주는 것은 또 불가능하다고. KBL이 한 명만 뽑으면 70만 달러의 50~60% 정도만 주도록 제한할 예정이다. 그럴 바에야 그냥 싼 선수라도 두 명 다 뽑아서 라틀리프까지 세 명을 돌리는 것이 낫다.
라틀리프의 연봉은 국내선수 샐러리캡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또 라틀리프는 다른 국내선수와 달리 1년 내내 월급을 받는다. 국가대표팀 경기를 뛰면 수당을 따로 또 받는다. 라틀리프 특별귀화의 계약조건이다. 라틀리프는 다음 시즌부터 한국명 ‘라건아’로 뛰겠지만, 국내선수도 외국선수도 아닌 일종의 돌연변이 황소개구리인 셈이다. 라틀리프가 온전히 국내선수 대접을 받으려면 앞으로 6년을 더 뛰어야 한다. 라틀리프가 그 때까지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전망이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