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있어서는 KBO리그 그 어느 선수보다 진지하고 열정적이다. 남부럽지 않은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대박 계약까지 맺은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30)에게도 여전히 도전의 대상이 있고 고민이 있다.
손아섭은 지난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20홈런을 달성했다. 이전까지 한 시즌 최다 홈런이 지난 2014년 기록했던 18개였고 시즌 평균 홈런도 10개 남짓에 불과했던 그에게는 지난해가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시즌이기도 했다.
그러나 손아섭은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20홈런이라는 고지를 정복했지만 만족하지 않는다. 이전에는 20홈런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20홈런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장타력에 대한 고민과 갈증은 여전하다는 의미다.
손아섭은 지난 시즌을 되돌아보면서 “장타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 야구를 하면서 안고 가야 할 문제다. 장타에 대해서 욕심도 있고, 제가 정말 더 좋은 선수가 되려면 장타에 대한 것을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 한다”면서 “20홈런이라는 벽을 못 넘어섰기 때문에 항상 홈런 20개 이상을 치고 싶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었고, 지난해 딱 20개를 쳤지만 이제는 20개 그 이상으로 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장타력에 대한 갈증은 손아섭을 계속해서 고뇌에 빠지게 만든 이유이기도 했다. 3할 초중반 대의 타율은 기본에 주루 플레이에서 보여주는 가치를 더한다면 이미 손아섭은 리그 최정상급 외야수로서 손색이 없다. 본래 갖고 있는 가치만 유지해도 됐다. 하지만 손아섭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지난 2016년 시즌 이젠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배트 손잡이 부위의 테이핑을 풀고 시즌에 임한 바 있다. 성과가 있다고 보긴 힘들었고 다시 테이핑을 감으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과정과 결과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손아섭은 한 번 쓴 맛을 맛봤던 도전을 다시 시도한다.
손아섭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다시 배트 테이핑을 푼 뒤, 배트를 길게 잡고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홈런이 나왔다. 지난 5일 일본 오키나와 이시카와 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연습경기에서 신정락을 상대로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바깥쪽 코스로 떠오르는 패스트볼을 이를 힘찬 스윙으로 그대로 찍었다. 타구는 쭉 뻗어갔다. “아직 컨디션은 70%이고 연습경기에서의 홈런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손아섭이지만 시험 단계에서 맛 본 감각이 조정 과정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다만, 현재 손아섭이 테스트하고 있는 조정의 과정이 길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2016년 테이핑을 풀고 배트를 길게 잡으며 4월 한 달 간 맹타를 휘둘렀지만, 5월 말까지 슬럼프에 빠지며 테이핑을 다시 감았다. 결국 전체적인 컨디션 관리와 시즌 기록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당시의 뼈저린 실패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강하다. 정규시즌 개막 전까지는 완벽하게 정립을 하고 들어설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최근 2년 동안 갈팡질팡하다 5월부터 뒤늦게 가야 할 길을 잡았다. 시즌 초반의 부진이 신경 쓰이고 그래서 올해는 타격의 방향을 일찌감치 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과연 손아섭은 그동안의 고민을 극복하고 20홈런 너머를 바라보는 목표를 달성해낼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