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새로운 '히든 카드'가 탄생할까.
지난 4일 미야자키 소켄구장에서 열린 두산 자체 청백전. 이날 경기에는 다소 이색적인 장면이 하나 나왔다. 바로 포수 박세혁의 우익수 선발 출장이다.
박세혁이 속한 백팀은 조수행(중견수)-허경민(3루수)-박세혁(우익수)-김재환(지명타자)-양의지(포수)-오재원(2루수)-백민기(좌익수)-김민혁(1루수)-류지혁(유격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지난 2012년 5라운드(전체 47순위)로 두산의 지명을 받은 박세혁은 입단 후 줄곧 포수로만 뛰어왔다.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가 있어 출장 기회를 많이 잡지는 못했지만 공격은 물론 기본기 또한 탄탄해 팀 내 포수 2옵션으로 활용돼 왔다.
이날 경기는 사실상 박세혁의 우익수 데뷔전과 다름없었다. 결과는 완벽했다. 이날 우익수 박세혁을 향해서 날아간 공을 총 두 개. 2회 국해성이 펜스를 직접 맞히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린 가운데, 박세혁은 안정적인 펜스 플레이를 펼치면서 장타를 단타로 만들었다. 3회에는 우익수 뜬공을 가볍게 처리했다.
‘우익수 박세혁’의 경기는 5회까지 진행됐다. 지명타자였던 외야수 김재환이 좌익수로 들어가면서 기존 좌익수 백민기가 우익수로 옮겼다. 박세혁은 '본업'인 포수 마스크를 남은 이닝 동안 켰다.
박세혁의 우익수 출장은 시즌 중에는 많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기 중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 지 모르는 만큼, 박세혁이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두산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카드를 쥐게 해줬다. 특히 박세혁의 타격 능력이 좋은 만큼, 양의지와 박세혁 모두 선발 출장해 공격력을 높이고, '제 3의 포수'로 꼽히는 장승현은 백업 포수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장승현 역시 두산에서는 세 번째 옵션이지만, 수비가 탄탄해 호평을 받고 있는 포수다.
경기를 마치고 두산 김태형 감독 역시 "원래 수비 능력이 좋은 선수"라며 박세혁 우익수 카드에 대해 아예 터무니없는 것으로는 바라보지는 않았다.
아울러 이날 두산을 보러온 양승호 파주 챌린저스 감독은 박세혁의 우익수 수비에 대수롭지 않듯 "대학시절부터 포수, 1루, 3루, 외야수를 소화했다"라며 "모두 기본 이상의 수비를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양승호 감독은 박세혁이 고려대학교 재학 당시 사령탑으로 있었다.
박세혁은 "대학교 때 나서긴 했지만, 프로에서는 처음"이라고 밝히며 "그래도 대학교 때 나선 것이 어느정도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물론 포수에 대한 욕심은 있고, 가장 자신있다. 그러나 팀이 필요하다고 하면 어느 포지션에든 나가서 보탬이 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 bellstop@osen.co.kr
[사진] 미야자키(일본)=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