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115억원을 투자한 김현수(30)로부터 최고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타순을 몇 번에 놔야 할까. 류중일 신임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김현수의 타순을 놓고 고민 중이다.
3~5번 중심타선에 박용택-가르시아-김현수를 좌-우-좌로 배치하는 것이 가장 무난한 방안으로 꼽혔다. 그러나 1회 타석에 들어설 지 장담할 수 없는 5번에다 김현수를 두는 것은 활용도가 아쉽다. 공격적인 라인업을 위해 2번 김현수를 고려 중인데, 상위 타순이 좌타자 일색이라는 점이 걸린다. 류 감독은 캠프 연습경기에서 김현수를 2~5번으로 골고루 내보내고 있다. 청백전에서는 1번을 치게 했다.
# 2번타자 김현수
강한 타자가 한 타석이라도 빨리 치고, 많이 치는 게 좋다. 2번이 단순히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교타자들이 치는 시대는 지나갔다. 메이저리그를 보면, 지난해 홈런왕 지안카를로 스탠튼은 마이애미에서 뛰면서 2번 타순에서 가장 많은 110경기(4번타자 35경기)를 뛰었다다. 뉴욕 양키스는 올해 저지-스탠튼 '홈런왕 듀오'를 2번-3번에다 배치할 계획을 밝혔다.
KBO리그도 근래 강한 2번타자를 선호하는 감독들이 있다. 류중일 감독이 대표적이다. LG는 톱타자로 안익훈을 점찍어 테스트하고 있다. 발이 빠르고 외야 수비가 폭넓은 안익훈을 주전 중견수로 기용하면서 1번타자를 맡는다면 최상이다. 바로 뒤에 김현수를 두고, 3~4번에 박용택-가르시아를 둔다면 한 번의 찬스에서 멀티 득점을 노릴 수도 있다.
김현수는 개인적으로 "2번 타순이 편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김현수는 어느 타순에 놓더라도 자기 몫을 할 선수이지만, 약한 득점력이 고민거리인 LG로선 최상의 타순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김현수는 6일 오키나와 이시카와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연습경기에서 2번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1회 안익훈의 중전 안타 후 김현수는 SK 선발 김광현 상대로 투런 홈런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2회에는 2사 1루에서 중월 2루타를 때려냈다. 이날 3타수 2안타(홈런, 2루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김현수 캠프 연습경기 성적
2월 13일= 니혼햄(3번 좌익수) 1타수 1안타(2루타)
2월 17일= 넥센(4번 좌익수) 2타수 1안타(2루타)
2월 26일= 삼성(5번 좌익수) 3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2워 27일= 한화(2번 좌익수) 3타수 1안타
3월 5일= 롯데(4번 좌익수) 2타수 무안타 1타점
3월 6일= SK(2번 좌익수) 3타수 2안타(1홈런, 2루타) 2타점
합계 14타수 6안타(타율 .429) 2홈런(2루타 3개) 4타점 3득점
# 좌-좌-좌 딜레마
류중일 감독은 김현수의 2번 및 최적 타순을 질문하자 여러 가지 생각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좌타 라인이 마음에 걸린다는 것. 류 감독은 "김현수가 2번을 친다면, 1번 안익훈부터 3번 박용택까지 세 명 연속 좌타자가 된다. 경기 후반 상대 팀의 좌완 원포인트가 편하게 올라오게 된다. 중간에 우타자를 끼워 두는 것이 좌완 원포인트를 상대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1번타자로 안익훈과 함께 우타자 이형종도 후보였다. 그러나 연습경기에서 3루 도루를 시도하다 왼 무릎 타박상을 당하면서 중도 귀국했다. 재활을 거쳐야 하는데, 톱타자 안익훈이 굳혀지는 분위기다. 류 감독은 "이형종이 1번을 친다면 김현수, 박용택이 2~3번으로 치는 것도 좋다"고 아쉬워했다.
1~3번 좌타 라인이 좌완 투수 상대로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잘 치는 타자들은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비록 연습경기였지만 6일 SK 좌완 김광현 상대로 1회 안익훈, 김현수, 박용택은 3타자 연속 안타로 공략했다.
안익훈의 최근 3년간 좌투수 상대 타율은 2할8푼(82타수 23안타)로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는 좌투수 상대 타율이 3할8리(52타수 16안타)로 우투수 상대 타율(3할8리)과 똑같았다. 박용택은 리그 정상급 타자로 좌우 가리지 않는다. 최근 3년간 좌투수 상대 타율이 3할3푼1리, 우투수 상대 타율이 3할3푼9리로 별 차이가 없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기 전인 2014~2015년에 좌투수 상대로 3할5푼2리, 우투수 상대로 3할3리로 오히려 좌투수 공략에 능했다. 좌완 원포인트나 좌완 투수를 꺼려할 이유는 없다.
# 2번 박용택-3번 김현수?
김현수를 2번에 배치할 생각이 있다면, 2번 박용택-3번 김현수가 더 나을 수도 있다. 박용택은 컨택 능력과 출루율에 비해 장타력이 조금 부족한 편이다. 김현수는 장타력이 좋다. 장타 숫자가 많은 타자가 3번을 치는 것이 더 낫다.
박용택은 최근 2년간 장타율이 4할5푼8리(2016년)-4할7푼9리(2017년)였다. 2년간 좌투수 상대 4할8리-우투수 상대 4할7푼5리로 조금 차이가 난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인 2014~2015년 장타율이 4할8푼8리-5할4푼1리였다. 더구나 좌투수 상대 5할, 우투수 상대 5할1푼1리로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론 홈런(좌투수 10개-우투수 29개)과 2루타(좌투수 17개-우투수 28개) 숫자는 우투수 상대로 더 많았다.
김현수는 캠프 연습경기에서 14타수 6안타를 기록 중인데, 6안타 중 5개가 장타다. 홈런 2방과 2루타 3개를 기록했다. 비록 연습경기이지만 장타율이 1.071로 장타 능력을 뽐내고 있다. 2번보다 3번이 더 나을 수 있다. 박용택-김현수 순서로 바꾸는 방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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