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욱(삼성)이 일본 오키나와 캠프 첫 경기에서 손맛을 봤다. 그동안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아 정상적인 훈련이 불가능했으나 6일 자체 평가전에 처음으로 나서 장타 본능을 발휘했다.
스프링캠프는 한해 농사의 시작과 같다. 장기 레이스를 소화하기 위해 체력을 키우고 전술을 익히는 중요한 과정이다. 스프링캠프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한 해 성적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자욱은 일본 오키나와 캠프 합류 후 선수단과 별도로 개인 스케줄을 소화했다. 허리 통증에 시달리면서 기술 훈련 대신 부상 치료 및 재활 훈련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쉬움이 더욱 컸을 터. 그럴수록 구자욱은 더욱 더 조심스레 한 걸음씩 나아갔다. 당장 방망이를 잡지 못하더라도 부상 회복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는 걸 잘 알기에. 코칭스태프 또한 구자욱이 정상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도록 차분히 기다렸다.
정식 경기와 달리 11번 타자 경기로 진행된 이날 경기에서 백팀 11번 지명타자로 나선 구자욱은 2-11로 크게 뒤진 3회 첫 타석에 들어섰다. 청팀 선발 김대우의 3구째를 그대로 공략해 투런 아치로 연결시켰다. 이후 세 차례 타석에서 안타를 추가하지 못했지만 점차 부상에서 회복하는 모습에 큰 의미를 둘 만 했다.
구자욱은 경기 후 "트레이닝 파트에서 신경을 많이 써준 덕분에 상태가 좋아져 처음으로 경기에 나서게 됐다. 첫 홈런보다 허리 상태가 좋아진 부분에 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아직 완벽한 상태는 아니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 정규 시즌 개막전에 맞춰 잘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승엽이 은퇴하면서 구자욱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졌다. 허리 통증 탓에 구단 안팎에서 우려가 적지 않았으나 첫 경기에서 홈런을 가동할 만큼 상태가 호전됐다니 일단 한시름을 놨다고 볼 수 있다. 구자욱이 "첫 홈런보다 허리 상태가 좋아진 부분에 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한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