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지난해 극적인 반전을 일으켰던 부분은 투수진이었다. 변수로 여겨졌던 부분들이 모두 상수로 바뀌었고, 가정으로만 생각해야만 했던 요소들이 현실로 바뀌면서 성적도 단숨에 끌어올렸다.
지난해 롯데는 평균자책점 4.56을 기록하며 리그 3위에 해당하는 투수진을 구축했다. 후반기로만 한정한다면 3.93으로 더욱 낮아졌고 이는 리그 2위의 수치였다. 전반기는 4.98로 리그 6위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롯데는 전반기와 비교해서 후반기 1점 가까운 수치를 끌어내린 셈이다. 결국 이 투수진의 힘으로 롯데는 전반기 7위였던 성적을 후반기 3위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브룩스 레일리의 반등과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재합류한 조쉬 린드블럼의 활약이 어우러졌고 박세웅-송승준-김원중의 토종 선발진들이 삐걱거림 없이 원활하게 돌아갔다. 타 팀들이 투수난에 허덕일 때 대체 선발들이 필요 없을 만큼 제 몫을 해줬다. 또한 후반기에 필승조로 재편성된 조정훈과 박진형이 뒷문의 중심을 잡았고 클로저 손승락도 뒷문을 철통같이 방어했다. 선발과 구원, 마무리까지 투수진의 모든 요소들이 조화를 이뤘고 다른 변수를 생각할 틈도 없이 시즌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 투수진의 성적들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어느 팀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가정’만 했던, 불투명했던 요인들이 모두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성적으로 연결됐다는 평가도 많았다. 롯데의 지난해 후반기를 흔치 않은 상황이었다고 평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결국 지난해 후반기 롯데의 강점으로 평가 받았던 부분들은 올해 다시 재평가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즉, 투수진 전체가 여전히 ‘IF’라는 가정을 생각해야 한다. 선발진부터 보자면 레일 리가 여전히 1선발을 맡을 예정이지만 펠릭스 듀브론트라는 새로운 외국인 선수가 합류했다. 듀브론트가 한국무대 첫 시즌인 만큼 얼마나 빠르게 적응을 하는지 지켜봐야 한다. 여기에 젊은 선발 자원인 박세웅과 김원중도 플루크가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 미완의 영건들이다. 선발 투수로 롱런을 하기 위해서는 꾸준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송승준은 지난해 회춘의 영역에 들어섰지만 이것이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도 쉽사리 할 수 없다.
불펜 역시 마찬가지다. 마무리 손승락에 대한 믿음은 변함이 없다. 다만, 셋업맨부터는 물음표를 띄울 수밖에 없다. 조정훈은 팔꿈치 부상의 여파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며 1군 스프링캠프가 아닌 2군 스프링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박진형 역시 풀타임 셋업맨으로 맞이하는 첫 시즌이 올해다. 그 외에 배장호와 박시영, 장시환, 이명우의 기존 자원과 구승민, 조무근, 오현택, 고효준 등 새롭게 합류한 자원들이 기대를 모으고는 있지만 아직 시즌에서 검증되지는 않았다. 불펜의 양적인 면에서는 풍부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질적인 면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즌에 돌입해봐야 한다.
한없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면 극단적인 결말까지도 생각할 수도 있는 롯데의 현재 투수진이다. 안정적이라고 여겼던 부분들도 결국 뜯어놓고 살펴본다면 그리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것.
대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현재 롯데의 상황다. 그러나 팀의 근간이 되어야 할 투수진에서 ‘IF’라는 가정을 떨쳐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안정감과 지속성, 꾸준함을 몇 년 이상 보여줘야 한다. 롯데가 실질적으로 강력한 투수진을 뽐냈던 것은 시즌 전체가 아닌 지난 시즌의 절반에 불과했다. 과연 올 시즌에는 모든 가정의 요소들을 걷어내고 완벽한 투수진을 뽐낼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