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KIA 고졸 3년 차 최원준(21)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수비와의 전쟁을 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실전과 수비 이닝을 소화했다. 유격수, 3루수, 외야수로 두루 맡았다. 특히 숙제였던 내야 수비가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불안했던 포구와 송구동작에서 여유가 생겼다.
김민호 수비코치는 "아직 내 눈에는 부족하지만, 입단 때와 생각하면 많이 늘었다. 수비가 좋아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지금대로만 성장한다면 수비에서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나중에 베테랑들이 빠지면 자기 포지션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기중 어떤 타구가 오든 서두르지 않고 차분해졌다. 최원준은 "작년 전지훈련부터 수비 훈련을 많이 했고 1군 경험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김민호 코치님이 '수비에서 실수를 하면 흔들리지 말고 다음 타구만을 생각하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때부터 차분해지고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특히 송구의 정확성이 안정되었다. 그는 "세게만 던지려는 습관을 고쳤다. 코치님의 주문대로 타자의 주력과 주자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송구의 빠르기를 조절하는 능력이 생겼다. 작년까지는 유격수로 나가는 것이 두려웠지만 지금은 편하고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2016시즌 내야수로 입단한 최원준은 포구 동작이 어설펐고 송구의 기본기가 떨어졌다. 이유가 있었다. 고교 2학년이 되면서 투수에서 내야수로 변신했다. 당시 내야수의 기본을 가르쳐주는 코치가 없었다. 무조건 타구를 잡아 세게만 던졌다. 프로에서 수비에 능한 선배들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위축이 되었다.
최원준은 "다들 너무 잘하는데 나는 잘 안되고 신경쓰다보니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민호 코치를 만나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다들 내야 수비는 안될 것이라고 했는데 코치님이 '내가 다 가르쳐줄터이니 해보자'고 하셨다. 재미있고 수비력이 좋아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올해 최원준의 쓰임새는 많아졌다. 유격수 김선빈, 3루수 이범호의 백업 뿐만이 아니다. 외야수까지 맡는다. KIA는 김호령이 입대하면서 외야 백업 요원이 절실하다. 강한 어깨와 넓은 수비 범위를 가진 최원준의 존재 가치가 높아졌다. 최원준은 "입단하고 외야까지 훈련을 했는데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 경기 출전에 장점이 되었다"며 웃었다.
작년보다는 훨씬 많은 경기와 수비 기회, 타석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작 스프링캠프 실전에서는 타율이 2할4푼3리(37타수 9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크게 개의치 않았다. 최원준은 "스프링캠프에서 여러가지를 시도했다. 번트도 해보고 작전 수행도 점검했다. 정규리그 실전에서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작년까지 스윙이 너무 컸다. 나는 홈런타자가 아니다는 생각을 하고 짧고 간결하게 치려고 노력했다. 일단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야 한다. 작년보다 많은 경기를 뛰고 왼손 투수에 약한 점을 극복하고 싶다"고 목표를 설정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