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사과 없는 해명" 진정성 없는 김기덕 감독의 문자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03.07 09: 28

 “영화감독이라는 지위로 개인적인 욕구를 채운 적 없다.”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거장 김기덕 감독은 자신을 향한 ‘미투(#Me Too) 운동’에 이 같은 문장으로 항변하며 자신의 이미지 지키기에 급급하고 있다. 그의 해명은 예상했던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었기에 가히 충격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나도 당했다’고 외치는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가는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가운데 6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에게 성폭행 및 성추행을 당했던 피해자들의 증언이 공개됐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참여했던 여러 명의 여배우들은 ‘PD수첩’을 통해 촬영 당시 매일 밤마다 김 감독과 조재현에게 시달렸었다고 고백했다. 김기덕 감독에게 또 다른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배우 B씨. 인터뷰 제안에 오랫동안 고심하던 B씨가 어렵게 ‘PD수첩’의 인터뷰에 응했다. 김 감독의 영화에 캐스팅되는 일이 확실시되던 신인 B씨는 김기덕 감독과의 만남에서 첫 날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이날 제작진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 김기덕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배우 C씨도 어렵게 만났다고 한다. 배우의 꿈을 키우던 20대 초반의 C씨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출연을 악몽 같은 기억이라고 회상했다. 영화 캐스팅이 확정된 이후 촬영 시작 전부터 김기덕 감독에게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한 C씨. 숙소에서 단체 합숙을 해야 했던 촬영 현장에서 그녀는 지옥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대본 회의를 해야 한다며 주·조연 및 단역 여배우들을 가릴 것 없이 자신의 방으로 부르거나 한밤중에 달려와 성추행을 시도했다. C씨는 촬영 기간 내내 김기덕 감독의 성폭행에 시달려야 했다고.
이에 제작진은 김기덕 감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는 대면이나 전화 인터뷰 대신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자신의 입장을 알렸다. 사과의 문장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김 감독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미투 운동’이 갈수록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이다”라며 “영화감독이라는 지위로 개인적인 욕구를 채운 적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일방적인 관심으로 키스를 한 적은 있다. 이 점은 깊이 반성하며 용서를 구한다”면서 “하지만 동의 없이 그 이상의 행위를 한 적은 없다”고 항변했다. 이어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만나고 동의하에 육체적 관계를 가진 적은 있다”면서 “이 점은 가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성폭행 논란을 전면 부인했다. 강제가 아닌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입장이다.
그의 이 같은 해명에 피해자들은 할 말을 잃고 “저는 사과를 받고 싶지 않다. 김기덕 감독이 더 이상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했으면 좋겠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피해 여성들의 폭로는 그 예상 수준을 크게 뛰어넘고 있다. 그녀들의 가슴 아픈 경험담이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증언이 이어진다면 김기덕 감독도 사실을 인정하고 해당 여성들에게 깊은 사과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의 관건은 김기덕의 진정성이다. 진심을 갖고 사과하는 것만이 피해 여성들을 위한 길이다./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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