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이 차마 입밖에 낼 수 없었던 고통스러운 시간을 고백했다. 오랜 망설임 끝에 어렵게 용기를 낸 고백이었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김기덕 감독은 동의 없이 했던 행동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배우 조재현은 "왜곡된 사실이 많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성폭력이라는 여배우들, '애정을 기반한 행위'라는 김기덕 감독, 그리고 '왜곡됐다'는 조재현까지, 양측의 진실 공방이 또 다시 시작되고 있다.
6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김기덕 감독에게 성추행, 성폭행을 당한 여배우들의 충격적인 폭로가 이어졌다. 영화 '뫼비우스' 촬영 당시 김기덕 감독을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했던 여배우 A씨는 물론, 김기덕 감독의 영화 오디션에 참석했던 여배우 B씨, 김기덕 감독 영화에 출연했던 C씨 등 추가 피해자까지 등장해 모두를 경악케했다.
#여배우 A·B·C "김기덕 감독·조재현, 성폭행·성추행·성희롱이 일상"
여배우 A씨는 영화 '뫼비우스'를 촬영할 당시 김기덕 감독이 연기 지도를 빙자해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가하고,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베드신 촬영을 강요했다며 지난해 김기덕 감독을 폭행·모욕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김기덕 감독은 이 사건으로 법원으로부터 벌금 500만 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는데, 이 사건 뒤에는 또 다른 진실이 있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폭행은 김기덕 감독이 요구한 성관계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기덕 감독은 촬영 전부터 성관계를 요구했고,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상이다"라며 "김기덕 감독이 다른 여성과 함께 '셋이 자자'는 말을 했고, 이를 거부했더니 '나를 믿지 못하는 배우와는 일을 하지 못하겠다'고 통보했다. 비참했다"고 밝혔다. 이후 A씨는 세간에 알려진대로 '뫼비우스' 촬영 현장에서 모욕적인 일을 겪으며 하차했고, 결국 김기덕 감독과 법정 싸움을 벌였다.
또다른 여배우 B씨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오디션에 참여했다. B씨는 김기덕 감독이 영화 촬영 전 매니저 없이 둘만의 만남을 원했고, 카페에서 만나 상상도 할 수 없는 성적인 이야기를 건넸다는 충격적인 사연을 폭로했다. B씨는 "김기덕 감독이 '네 가슴을 상상해 봤다', '너의 몸을 보고 싶은데 같이 갈 수 있느냐'는 이야기를 했고,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빠져 나왔다"며 "한 달 동안은 정신이 무너졌다. 지금도 이야기하면서 떨린다"고 토로했다.
김기덕 감독 영화에 출연했다는 또 다른 여배우 C씨는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를 털어놨다. C씨는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C씨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은 영화 촬영 전부터 C씨에게 끊임없이 성관계를 요구했고, 수시로 성폭행을 시도했다. 영화 촬영을 하던 중 김기덕 감독은 C씨를 방으로 불러 성폭행 했고, 조재현 역시 C씨를 성폭행했다는 것이 C씨의 주장. 더욱 충격적인 것은 조재현의 매니저 역시 C씨의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것. C씨는 "그들 사이에서 그런 이야기를 공유하고, 경쟁이 붙었다. 하이에나처럼 방문을 두들겼다"고 당시의 공포를 떠올렸다.
#김기덕 감독 "동의한 관계"&조재현 "이야기 왜곡돼"
피해자들의 폭로에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은 방송을 통해 각각 자신의 입장을 내놓았다.
김기덕 감독은 장문의 문자 메시지로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김기덕 감독은 "미투 운동이 갈수록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 확인 없이 공개되어 진실이 가려지기 전에 사회적 매장을 당하고 그 후에는 평생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오히려 미투 운동의 폐해를 지적하고 나섰다.
이어 "영화감독이란 지위로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이 없고 항상 그 점을 생각하며 영화를 찍었다.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일방적인 관심으로 키스를 한 적은 있다. 이 점은 깊이 반성하며 용서를 구한다. 그러나 동의 없이 그 이상 행위를 한 적은 없다"며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만나고 동의 하에 육체적 관계를 가진 적은 있다. 가정을 가진 사람으로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고 후회한다"고 성폭행이 아닌, 호감을 기반으로 한 합의 하의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직접 만나서 편하게 말하자"던 조재현은 'PD수첩' 제작진과의 미팅 당일 만남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재현은 "조사가 들어가면 그 때 말씀 드릴 부분인 것 같다. 사실을 근거로 하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라며 "지금 패닉 상태다. 내가 죄인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다. 난 죄인이다. 사과문 내용도 그대로 다 맞다. 하지만 너무 왜곡돼 들려오는 이야기도 많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mari@osen.co.kr
[바로 잡습니다]
영화감독 김기덕 미투 사건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해당 정정보도는 영화 ‘뫼비우스’에서 하차한 여배우 A씨측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본지는 2017년 12월 7일 <‘여배우 폭행 혐의’ 김기덕 감독, 벌금 500만원 기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것을 비롯하여, 약 45회에 걸쳐 영화 ‘뫼비우스에 출연하였으나 중도에 하차한 여배우가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하였다는 내용으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다고 보도하고, 위 여배우가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뫼비우스 영화에 출연하였다가 중도에 하차한 여배 우는 ‘김기덕이 시나리오와 관계없이 배우 조재현의 신체 일부를 잡도록 강요하고 뺨을 3회 때렸다는 등’의 이유로 김기덕을 형사 고소하였을 뿐,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였다는 이유로 고소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위 여배우는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전혀 없으며 김기덕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증언한 피해자는 제3자이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