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소설’(2002), ‘클래식’(2003),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2003),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등 로맨스 영화를 통해 청순가련하고 예쁜 손예진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순수한 10대 소녀티가 남아 있던 그녀의 얼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은 첫사랑의 설렘과 이별의 아픔, 사랑의 행복들을 느꼈었다.
이 작품들을 통해 ‘멜로퀸’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손예진. 그런 그녀가 14~15년 만에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이장훈)의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조금 더 세련되고 아름답게. 당시엔 풋풋한 20대였고 지금은 어느새 30대 중반의 나이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예쁜 것은 물론이고 그때보다 조금 더 깊어진 눈빛과 표정, 몸짓, 그리고 여유가 묻어난 개그감까지 갖춰 보는 이들을 울리고 웃긴다.
동명의 일본 소설 및 영화를 리메이크 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두 남녀의 변치 않는 영원한 사랑, 더 나아가 가족의 소중함을 말하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이다. 세상을 떠났기에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들의 기적 같은 재회로 시작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죽은 아내가 기억을 잃은 채 집으로 돌아온다는 판타지적인 설정에 한국적인 감성, 코미디 코드를 더해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연출을 맡은 이장훈 감독은 “훌륭한 원작의 흐름을 깨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설프게 따라하느니 제가 만들고 싶고, 말하고 싶은 영화를 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 완전히 결말을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사랑을 시작하는 두 남녀의 떨림과 설렘, 그리고 이별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조건들을 설득력 있게 배치하며 인연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다.
첫사랑인 우진(소지섭 분)과 수아(손예진)의 동화 같은 사랑이야기는 판타지 멜로로서 달콤하게 묘사되면서도 현실에 기반한 이야기로 공감하게 만든다. 소지섭과 손예진의 훈훈한 비주얼, 진심이 담긴 표정과 눈빛, 따뜻함이 어우러진 배우들의 호연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시종일관 유쾌하면서도 마지막에는 로맨스에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스토리가 이어져 눈물샘을 자극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현재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고 깨닫게 해주는 힘을 지녔다. 이 영화가 손예진의 새로운 대표 멜로 영화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