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서 계속.) 최근 영화계에서 가장 큰 이슈는 단연 ‘미투 운동’이다. 미투 운동은 연예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번져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기고 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로 오랜만에 돌아온 임순례 감독 역시 여성 영화인으로서 이에 대해 여러 할 말이 있을 터. 임순례 감독은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미투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사실 제가 직접 보고 들은 것은 별로 없다. 제가 작업을 할 때 피디나 제작자나 그런 분들이 비교적 젊고 그런 일들이 없는 프로덕션에서 일을 하다보니까 사실 제가 경험하거나 본 건 없었다. 저도 영화를 시작한 시점 자체가 한국에 도제시스템이 붕괴가 되고 새로운 형태의 젊은 인력들이 들어왔을 때 90년대 초반에 변화된 환경에서 출발을 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생각하듯이 옛날 충무로에서 있을 법한 그런 일들을 보고 듣거나 했던 것은 사실 없는데 얘기들을 들은 건 있다.”
“요즘에 제가 들은 얘기 중에서는 젊은 영화과 출신 여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학교나 그런 곳에서 사실 뛰어난 좋은 작품을 만드는 여학생들이 많다. 그런데 산업에 들어와 보면 여자들이 별로 없고 남자들이 더 많이 살아남는다. 여자친구들이 현장에 들어왔을 때 지금 세대들은 페미니즘이나 성차별 의식에서 민감한데 관행적으로 여성을 차별하거나 비하하거나 그런 것들이 잔존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여학생들이 많이 실망하고 현장에 들어오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재능 있는 친구들이 현장에 안 들어오거나 한 두 번 경험하고 실망해서 떠나거나 그런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
현재 이런 조직 내 성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을 만드는 데도 참여하고 있는 임 감독은 “그런 조건들 때문에 재능 있는 여성 영화인들이 잘 성장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을 하고 저도 여성 영화인으로서는 일하고 있는 사람 중에서 제일 연장자고 선배라서 그런 부분들이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저희가 작년부터 논의들을 하고 있었고 성평등 센터도 준비하고 지금 현재 폭로되는 이런 것들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어떤 움직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여성 영화인들에게 기회가 적게 돌아가는 현 상황에 대해 임 감독은 “개인차이가 있을 것 같다. 모든 여성에게 기회가 적다고 말할 수 없고 개인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보편적으로 보면 아무래도 제작이나 투자나 기획이나 그런 부분들이 남성들이 주류가 되다보니 그 사람들이 편하게 느끼는 네트워킹들이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많으니까 보편적으로 보면 기회가 적은 게 사실일 것 같다”며 “그런 것보다는 한국에서 만들어 지는 영화들이 남성 액션들이 주가 되고 그런 영화들이 주로 흥행에 성공하다보니 여성들이 만드는 영화의 장르들이나 트렌드들이 성공하지 못하면서 기회가 줄어들고 더 없어지는 것 같다. 한국 영화가 배급이라든지 투자라든지 관객과 만나는 접점에서 다양성들이 적다는 얘기고 그런 다양성들이 제한될수록 여성 감독들이나 영화인들, 배우들도 마찬가지고 일차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전반에는 기본적으로 따뜻한 감성이 깔려 있다. 좋아하는 장르 역시 휴먼드라마라는 임 감독은 “감독들은 다 그럴 거다. 따뜻한 영화를 찍어야지, 이런 풍의 영화를 찍어야지라고 의도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닐 것 같다. 감독의 기질이나 상당부분 정서나 디엔에이가 어쩔 수 없이 묻어나는 것 같다. 의도한다기 보다 자연스럽게 인장같이 느껴지는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임순례 감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한 마디를 해달라는 질문에 “못할 것 같다. 사람마다 다 다른 거라서. 나이든 사람이 멘토링이라고 하는 것들이 실제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저는 그냥 해주고 싶은 말은 본인이 본인을 믿고 사랑하면 지금보다 편할 것이다. 위안이나 방향이나 그런 걸 외부에서 찾으려고 하지 않고 본인을 믿고 본인이 찾으면 답은 나오게 되어있다”는 말을 남겼다. /mk3244@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