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두치 리스트는 진짜일까.
심상치 않다. 지난해 주축 선수로 발돋움한 20대 영건 투수들이 스프링캠프에서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버두리 리스트' 위험 후보군에 있었던 선수들이라 캠프에서 적신호를 예사롭게 볼 수 없다.
롯데는 토종 에이스 박세웅은 팔꿈치 통증으로 오는 19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 남아 개인 훈련을 한다. MRI 및 CT 촬영 결과 뼈와 인대에는 이상이 없지만 경미한 염증이 발견됐다. 24일 시작되는 시즌 개막 선발로테이션에는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KIA 임기영이 캠프 초반부터 어깨 통증으로 보강운동에 주력했다. 캠프 막바지에야 하프피칭으로 준비를 시작한 만큼 초반 합류는 어려워졌다. NC 장현식도 지난달 팔꿈치 통증으로 조기 귀국했다. 검진 결과 이상 없다는 소견이 있었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이렇게 되자 '버두치 리스트' 이론이 재조명받고 있다. '버두치 리스트'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칼럼니스트 톰 버두치가 지난 2008년 발표한 것으로 만 25세 이하 투수가 전년도에 비해 30이닝 이상 초과해서 던질 경우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적중률은 50% 넘는다.
지난해 기준으로 임기영은 만 24세, 박세웅과 장현식은 만 22세로 25세 이하였다. 세 선수 모두 10월 포스트시즌에 이어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까지 참가하며 강행군을 치렀다. 1~2군 시즌 기록에 기타 포스트시즌과 국제대회를 포함하면 세 선수 전부 전년도에 비해 30이닝 이상을 초과했다.
구원에서 선발로 전환한 임기영의 경우 2016년보다 86⅔이닝을 더 던졌다. 선발과 구원을 오간 장현식도 전년대비 43이닝이 많았다. 붙박이 선발이었던 박세웅도 전년대비 39⅓이닝을 추가로 소화했다. 임기영과 박세웅은 지난해 전반기보다 후반기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지며 이상 조짐을 보인 바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시작된 이론이지만 KBO리그에서도 버두치 리스트는 꽤 적중했다. 2009년 만 24세 롯데 조정훈은 전년대비 52이닝을 더 던졌고, 2010년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두산 이용찬도 2010년 43⅔이닝을 던진 뒤 선발로 전환, 2011년 136⅓이닝, 2012년 162이닝을 소화했지만 2013년 팔꿈치 수술을 했다. 수술 당시 만 24세였다. 2014년 만 24세 한화 이태양도 전년대비 63⅔이닝을 추가로 던지고 이듬해 팔꿈치 수술했다.
지난해에도 넥센 최원태, kt 고영표가 지난해 9월 각각 팔꿈치와 어깨 통증으로 시즌을 일찍 마무리했다. 이제 KBO리그 팀들도 버두치 이론을 마냥 무시할 순 없는 시대가 됐다. 철저한 관리는 물론 과감한 이닝 제한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박세웅-임기영-장현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