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숨을 고르며 쉬어가는 시간도 필요하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박세웅(23)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박세웅은 현재 연습경기 위주로 진행되는 2차 오키나와 캠프에서 잠시 뒤로 물러나 있다. 5번의 연습경기, 그리고 자체 청백전에서도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팔꿈치 염증 때문이었다. 구단 관계자는 “지난 2월 훈련 도중 오른쪽 팔꿈치에 미세한 통증을 느꼈고 이를 현재 조절하고 있다”며 박세웅의 현재 상태를 전했다. 일단 오키나와 현지 병원에서 실시한 MRI와 CT 촬영에서는 뼈와 인대 쪽에는 이상이 없고 경미한 염증이라는 소견을 받았다.
이에 구단은 박세웅이 일단 완전히 회복을 하는데 초점을 뒀다. 박세웅은 10일 선수단 본진과 함께 귀국하지 않고 오는 19일까지 기후가 온화한 오키나와에 좀 더 머물며 컨디션을 관리할 예정이다.
박세웅은 그동안 철완의 면모를 뽐냈다. 지난 2014년 신생팀이던 kt가 퓨처스리그에 참가하던 시기부터, 지난해까지 4시즌 동안 특별한 부상 없이 시즌 내내 마운드에 올랐다. 2016년 말, 마무리캠프 도중 발가락 부상을 당했지만 2017년 시즌 준비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기 시작한 2016시즌부터도 체력 안배를 위한 등판 관리를 제외하면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거나 제외되는 일은 없었다. 어깨와 팔꿈치는 튼튼하다고 스스로도 자부할 정도였다. 재능은 갖췄지만 부상으로 꽃을 피우지 못한 유망주들이 비일비재한 것과 비교해보면 박세웅은 재능에 더해 복 받은 신체를 가진 셈이다.
그러나 아무리 튼튼한 기계라도 쉼 없이 가동되면 삐걱거리기 마련이다. 꾸준하게 철완의 면모를 뽐냈지만 그동안 박세웅에게는 비시즌 휴식 외에는 쉬어갈 시기가 없었다.
2014년 퓨처스리그에서 118이닝을 소화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 114이닝, 2016년 139이닝, 2017년 171⅓이닝을 던졌다. 퓨처스리그 포함해 4시즌 동안 514이닝을 책임졌다. 이는 장원준(두산)이 최근 4년 간 기록한 518이닝과 비슷하다. 50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들 가운데 1995년 이후 출생 선수는 박세웅이 유일했다. 1990년대 출생 선수들로 범위를 넓혀도 이재학(NC)과 박세웅, 둘 뿐이었다. 어린 나이에 박세웅은 웬만한 토종 에이스급의 투수들만큼 이닝을 소화했다.
또한 "만 25세 이하 투수가 이전 시즌에 비해 30이닝 이상 더 던지면 그 이듬해 부상 혹은 부진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 미국 스포츠 칼럼리스트 톰 버두치의 ‘버두치 리스트’를 참고할 경우 박세웅은 이에 정확히 해당됐다. 박세웅은 지난해 만 22세 시즌을 보냈고 2016년보다 지난해 32⅓이닝을 더 많이 던졌다.
여러 지표가 박세웅에게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 맞았고 이상 징후까지 발견됐다. 수술을 해야 하는 심각한 단계가 온 것은 아니지만, 일단 세심하고 꼼꼼하게, 그리고 여유 있게 몸 상태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일단 시즌 초반 임시 선발을 물색해야 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러나 박세웅은 구단은 물론, 리그와 대표할 젊은 우완 투수다. 굳이 몇 경기 더 던지겠다고 상황을 악화시킬 필요는 없다.
시즌 개막을 제때 맞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잠시 쉼표를 찍고 쉬어가는 것도 박세웅과 팀 모두 나쁜 상황은 아닐 것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