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과 AC 밀란의 유럽 대항전. 10년 전이었으면 UCL 결승이라고 해도 믿을 매치업이 유로파리그에서 열린다.
'몰락 명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날과 이탈리아 세리에 A AC 밀란 두 팀의 유로파리그 16강 1차전이 오는 9일 코 앞으로 다가왔다. 두 팀은 밀란의 홈구장인 밀라노 산 시로에서 일전을 펼친다.
지난 시즌 아스날의 UCL 진출 실패는 분명 충격적이었다. 어떻게든 4위안에 들어간다는 아스날의 과학이 깨졌다. 이번 시즌 부진은 더욱 심각하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알렉시스 산체스의 이탈이나 알렉스 이워비의 마약 파티 등 라커룸 분위기도 최악이다.
가뜩이나 안 좋은 분위기에 여름 이적 시장과 겨울 이적 시장서 거물급 공격수인 알렉산드로 라카제트와 피에르 오바메양이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일부 언론에서 대니 웰백의 선발 출전을 예상하고 있다. 수비진에서도 부상이 많아 정상적인 라인업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
이번 시즌이 길어지자 지난 시즌 본격적으로 흘러나온 웽거 감독 반대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아스날의 공식 서포터즈인 ‘아스날 서포터즈 트러스트' 회원을 대상을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8%가 웽거 감독 경질에 찬성한다고 답했고, 유임 의견을 낸 사람은 응답자의 7%에 불과했다.
아스날 팬들은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웽거 아웃(Wenger Out)'을 외치고 있다. 오히려 타팀 팬들이 조롱의 의미로 '웽거 스테이(Wenger Stay)'로 지지를 나타내고있다. 레알 마드리드에 막혀 챔피언스리그 8강행에 실패한 파리 생제르망(PSG)이 프랑스 출신 웽거 감독을 원한다는 소식도 들려오기도 했다.
경질설과 관련하여 웽거 감독은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21년간 아스날에 몸담았다”며 “내가 사랑하는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며 자진 사퇴를 거부했다. 아스날 입장에서 밀란과 유로파 리그는 마지막 남은 기회다. 여기서 패배한다면 다음 시즌도 UCL에 진출하지 못하는 것이 확실시 된다.
반면 지난 여름 이적 시장서 막대한 이적료를 투자하며 ‘명가 재건’을 외쳤던 밀란은 이번 시즌 초반 쓴 돈이 무색할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이에 빈센초 몬텔라 감독을 경질하고 밀란의 ‘레전드’ 가투소를 감독 자리에 앉혔다.
무려 13시즌 동안 밀란서 선수로 활약하며 팀의 전성기를 이끈 가투소는 지난 11월 밀란의 지휘봉을 잡았다. 경기 초반 약팀들 상대로 고전하며 불안한 출반을 보였다. 특히 승점이 없던 베네벤토에게 골키퍼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거나, 헬라스 베로나에게 패배하며 이대로 무너지나 싶었다.
그러나 2018년 들어와서는 달라졌다. 리그와 컵 경기, 유럽 대항전을 합쳐서 패배가 없다. AS로마나 라치오 등 강팀들도 잡아냈다. 전술적으로 특별한 변화는 없지만, 선수들의 정신 상태가 달라졌다는 평가.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환하면서 수비진이 안정화됐다. 알렉시오 로마뇰리와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물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투소 감독은 과감하게 유스 출신 패트릭 쿠트로네와 다비데 칼라브리아를 기용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큰 형님같은 가투소 감독에게 밀란 선수들은 전적인 신뢰를 보여주며 팀 분위기가 살아났다. 한편 가투소 감독은 인터뷰서 "웽거 감독과 만남이 기대된다. 그는 전설적인 감독이다"고 맞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비슷한 순위지만 분위기가 다른 두 팀. 과연 위기의 노장과 상승세를 이끄는 신예 감독 중 누가 웃을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
[사진] 위는 2011-201시즌 UCL 아스날-밀란 대결.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