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우리를 선택하지 않았다. 행운을 빈다(Good luck)”
LA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30)는 8일(이하 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올해 시범경기 3경기에서 6이닝 무실점 행진. 그런 커쇼는 8일 경기가 끝난 뒤 오타니 쇼헤이(24·LA 에인절스)와의 맞대결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커쇼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단답형 대답으로 피해갔다.
커쇼는 오타니를 루킹삼진으로 잡은 것에 대해 “그냥 커브볼이었다”고 했다. “기분이 별로 흥분되지 않은 것 같다”는 질문에는 “지금 그런 것을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그는 우리를 선택하지 않았다. 행운을 빈다”고 짧게 대답하고 넘어갔다. 이런 반응에 대해 지역 최대 언론인 ‘LA타임스’는 커쇼가 오타니 영입전에서 그의 에이전시에 실망을 느낀 기억이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다저스는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지난겨울 오타니 영입전에 공을 들였다. 당시 오타니 측은 MLB 구단 측에 자신의 활용 방안을 포함한 구체적인 구상을 알려달라고 요청해 화제를 모았다. 이에 각 팀들이 사실상의 영입 프리젠테이션을 치러야 했다. 오타니가 MLB 구단을 면접하는,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난 것이다. 다저스도 프리젠테이션 팀을 꾸렸는데 커쇼 또한 그 명단에 있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당시 다저스는 앤드루 프리드먼 야구부문 사장, 파르한 자이디 단장, 데이브 로버츠 감독을 비롯한 구단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여기에 커쇼를 비롯, 저스틴 터너, 크리스 테일러를 면접장에 불렀다. 팀을 대표하는 스타들이다. 그만큼 오타니의 마음을 사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LA타임스’는 세 선수가 모두 바쁜 일정을 쪼개 면접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댈러스에 머물던 커쇼는 결혼기념일임에도 오타니 면접에 나갔다. 터너는 결혼식 준비를 잠시 제쳐두며 오타니를 만났고, 테일러는 면접에 참가하기 위해 버지니아주에서 이른 아침에 비행기를 타야 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당시 이미 아메리칸리그 팀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투·타 겸업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면접에 참가했던 커쇼와 터너는 대화 중 그런 생각을 단번에 읽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커쇼는 “오타니가 지명타자 포지션을 원하고 있는 것 같았다”면서 은연 중에 에이전트 측에 불만을 내비쳤다. 아메리칸리그 팀으로 마음을 굳힌 상황에서 에이전시가 불필요한 프리젠테이션을 열었다는 것이다.
커쇼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오타니라는 선수 자체를 존중한다면서도 “거대한 시간 낭비였다”고 프리젠테이션을 정리했다. 터너 또한 “내 시간을 버린 것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오타니 영입전에서 패배한 다저스의 심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발언일 수도 있다. 반면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타니는 커쇼와 맞대결을 마친 뒤 "그를 상대할 수 있어 정말로 특별한 순간이었다"고 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