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화유기'가 종영했지만 여전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를 집필한 홍자매 측이 표절 의혹을 해명했지만 웹소설 '애유기'의 작가가 다시 한번 정면으로 맞섰다.
시작은 지난 6일이었다. '애유기'의 땅별(정은숙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에 "화유기와 애유기의 유사점에 대해"라는 제목으로 두 작품간 유사성 제기에 나섰다.
2015년 작품인 '애유기'는 고대소설 '서유기' 속 인물인 삼장이 여자로 환생하고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도 환생한 요괴 아이돌이라는 설정이다. 삼장의 환생인 서다나와 손오공의 환생인 원제후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 주된 골자다.
지난해 12월 23일 첫 방송된 '화유기' 역시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다. 땅별 작가는 '애유기'와 '화유기'의 여주인공 삼장의 설정, 남주인공 설정, 요괴 설정, 요괴 기획사, 최종 보스, 빙의 설정 등을 유사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홍자매 측은 "해당 작품은 들어본 적도 없다"며 표절 의혹을 부인했다.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재생산 되는 의혹에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한 듯하다"며 긴 글로 땅별 작가의 유사성 제기를 반박했다.
그러자 '애유기' 작가가 다시 글을 남겼다. 7일 블로그에 '화유기와 애유기의 유사점에 대해2'라는 제목의 포스팅을 올리며 홍자매 측에게 반론을 제기했다. 두 작품 사이 유사성을 두고 양측 작가들이 모두 저마다의 상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작품 구상 시기
홍자매 측은 "2014년 SBS '주군의 태양'을 마치면서 다음엔 요괴가 등장하는 퇴마물을 기획하려 했다. 구체적으로 '서유기'를 모티브로 하자고 제작사, 감독님들과 회의를 했다. '화유기'의 초기 시놉시스는 2017년 3월 20일에 나왔다. '애유기'가 2015년 가을부터 연재가 됐다고 하는데 연관성 있는 사람이 있나 확인해 달라"고 설명했다.
땅별 작가는 "그게 2015년에 나온 '애유기'랑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결론은 시놉시스가 '애유기' 발표된 후에 나왔다는 뜻이지 않냐"고 되물었다.
◆삼장이 여주인공
홍자매 측은 삼장이 여주인공이라는 설정은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다수의 작품에서 볼 수 있다고 땅별 작가의 의혹에 선을 그었다. 삼장은 연꽃향이 나는 아름다운 여자라 요괴가 몰리는 설정으로 재해석했다고 알렸다.
땅별 작가는 "별나라 손오공의 오로라 공주도, 드래곤볼의 부르마도 삼장 포지션이다. 하지만 그들 모두 전생의 삼장이 여자로 환생한 건 아니다"며 '애유기'에 적은 표현으로 홍자매 측의 반박을 지적했다.
◆괴팍한 남주인공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자도 패는 성격의 남자주인공에 관해 홍자매 측은 드라마 속 흔한 설정이라며 "'주군의 태양' 주중원은 여주인공의 머리채를 휘어잡기도 했다. 아무에게나 막하는 캐릭터는 '애유기' 작가가 만든 특이 설정이라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땅별 작가는 "흔한 캐릭터인 게 맞다. 여러 가지 겹쳐지는 요소 중에 하나라서 근거로 제시했는데 오버한 거라면 정중히 사과드리겠다. 죄송하다"고 물러섰다.
◆요괴들의 설정
'화유기'에서 삼장 진선미(오연서 분)는 연꽃향 피 냄새를 가졌다. 이 향기를 맡은 요괴들은 그를 잡아먹으려고 몰려들었다. 홍자매는 "인간의 기를 빨아 먹는 설정은 연예 기획사를 하고 있는 몇몇 요괴만의 힘을 보충하는 방법 중 하나일 뿐"이라고 표현했다.
땅별 작가는 "'애유기' 요괴들도 기본적으로 인간을 잡아먹는다. 다만 살인사건으로 경찰이 출동하면 위험하니 살아남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인간들의 정기를 먹는다. 연예계에 있는 요괴들만 이 방법을 사용한다"고 맞섰다.
◆연예 기획사가 배경
홍자매는 "연예 기획사 설정은 그간 수많은 무대로 쓰여 왔던 공간"이라며 자신들의 작품인 2005년 '쾌걸춘향'과 2009년 '미남이시네요'를 예로 들었다. "연예기획사는 '애유기'에만 나올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라고.
땅별 작가는 "당연히 기획사가 배경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왜 평범한 곳이 아니라 요괴 연예인을 다수 거느린 기획사이고 사장도 요괴인지, 어떻게 같은 우연이 이렇게 겹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고 되물었다.
◆최종 보스
홍자매 측은 '애유기' 작가가 유사성 예시로 든 최종 보스에 관해 "드라마 마지막에 제일 큰 악귀가 나오는 게 어떻게 표절인가. 그리고 우리의 최종 악귀는 흑룡"이라면서 최대 악인이 아닌 흑룡을 내세웠다.
땅별 작가는 "'애유기'의 메인 악역인 이세민이 전생에 황제였고, '화유기'의 악인 강대성(송종호 분)은 왕이 될 운명을 타고난 자라는 점에서 마음에 걸렸다. 사람을 차로 치어 죽이고, 죽은 사람은 진 사장(애유기)과 진 부자(화유기)이고, 악귀가 죽은 사람의 몸을 차지하고. 비슷한 점을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반박했다.
◆빙의 설정
홍자매는 "빙의는 '주군의 태양'에서도 여러 번 등장했다. 우리 작품 이전에도 셀 수 없이 많다. '화유기'에서 아사녀 설정은 빙의가 아니라 악귀가 몸을 차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땅별 작가는 '빙의'의 사전적 의미를 거론하며 "악귀가 몸을 차지한 것과 빙의의 다른 점을 모르겠다. 원래 있던 영혼을 밀어내고 그 몸을 차지해 조종한 거라 내용은 같다"고 꼬집었다.
◆"표절 절대 아냐" vs "우연이 너무 겹쳐"
홍자매는 "'애유기'라는 작품은 과거에도 본 적이 없고 아직까지도 읽어 보지 않았다. '화유기'는 매체를 통해 모두 방영 되었고, '애유기'라는 소설도 읽어 볼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표절이라는 의혹이 든다면 일방적 주장에 근거한 비난 이전에 직접 보시고 판단해 달라"며 거듭 표절 의혹을 부인했다.
땅별 작가는 "홍자매 작가님들이 올린 반박문 모두 읽었는데 '흔한 클리셰'라는 주장만 하실 뿐이지 왜 이런 우연이 한 작품에서 10개 넘게 겹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았다. 저는 그게 가장 궁금하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comet568@osen.co.kr
[사진]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