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의 비애, 성차별, 비정규직의 아픔, 불법 다단계의 덫. '라이브'의 첫 방송에 모두 담긴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이다. 사회를 꿰뚫어 보는 노희경 작가의 주옥 같은 대사에 시청자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10일 첫 방송된 tvN 새 토일 드라마 '라이브'에서 한정오(정유미 분)는 지방대 출신에 여자라는 이유로 번번이 취업에 실패했다. 결국 그는 스펙 상관없이 시험만 통과하면 되는 경찰공무원에 도전했다.
생수회사 인턴으로 몇날 며칠 밤새 일하던 염상수(이광수 분) 역시 회사가 불법 다단계로 엮어 하루아침에 백수가 되자 고시원으로 들어갔다.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로 고생하는 엄마(염혜란 분)를 위해 악착 같이 공부해 시험에 붙었다.
한정오와 염상수는 경찰학교에 동기로 입학했다. 하지만 상관 오양촌(배성우 분)은 독하게 신입들을 훈련시켰다. 한정오와 염상수를 비롯한 신입들은 훈련을 이 악물고 버티며 "살아남아. 경찰되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낙오자가 발생했다. 오양촌은 부당함을 이유로 떠나는 그들을 보며 "이 바닥도 나도 좀 부당하지. 잘 그만뒀다. 그런데 네가 경찰이 돼 있어야 할 현장은 더 불합리하다. 죄 있는 놈들이 죄 없는 우리 경찰을 칼침 놓기도 한다. 다른 사회는 여기보다 합리적이라 하든?"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한정오와 염상수는 동기들과 함께 처음으로 실습 현장에 투입됐다. 그곳은 시위현장. 이들은 시위자들과 맞설 생각에 긴장했지만 상관은 "오늘 우리는 현장에서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라는 구호를 반복해서 외치게 했다.
이어 "아무 짓도 하지 말라는 건 쳐맞아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시위대가 밀어도 절대 밀리지 않고 동료가 맞아도 구하지 않고 오로지 대열만 지키며 전진한다. 방패를 빼앗기면 즉시 퇴교. 오늘 우리는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고 반복했다.
앞서 노희경 작가는 사선에 선 지구대 경찰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리겠다고 했다. 그의 기획의도는 1회에 충분히 담겼다. 취준생 한정오의 아픔과 인턴 염상수의 고충은 실제 우리 사회의 현실이었다.
한정오는 토익과 학점이 자신보다 낮은 남자 선배가 면접을 통과하자 부당함을 꼬집었다. 남자 동기들은 군 가산점을 부르짖었고 한정오는 "국가가 동의없이 남자들을 부려먹은 건 인정. 그런데 대가를 국가가 아닌 기업한테 요구하냐"고 날을 세웠다.
영원히 풀지 못할 난제인 남자의 군대와 여자의 생리·임신·출산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염상수의 엄마는 동료 청소부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걸 부러워하며 "엄마는 잘라도 그 언니는 이제 회사에서 함부로 못 자른대"라고 말했다.
사회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라마에 담아 불편한 시청자들도 있었을 터. 노희경 작가 역시 이를 우려했지만 그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충분히 안방에 닿았다. 역시 믿고 보는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다. /comet568@osen.co.kr
[사진] '라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