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효리네 민박’에 울려퍼진 그 노래, 모나를 만나다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8.03.11 14: 45

지난 2월25일 JTBC ‘효리네 민박’에 듣기만 해도 저절로 기분이 개운해지고 따뜻해지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폭설로 제주공항이 거의 폐쇄되다시피 해 그냥 효리네로 돌아온 유도선수들이 함께 한 바로 그 저녁 식사자리. 윤아도 참석한 화기애애한 이 자리에서, 그리고 이들을 위해 자리를 피해준 이상순 이효리 부부의 별실에서도 울러펴진 노래가 모나의 ‘Love You’였다. 
‘Falling stars from the sky
Left a trace I can follow

I found myself lost in your eyes
Every day, every night
Got me thinking about you
I wonder if you feel this way
Tell me that you’ll always be here with me
Without you I’ll never be the same
Let’s walk under stars and we won’t ever let go’
이 달달한 러브송의 주인공 모나(24)를 [3시의 인디살롱]에서 만났다. 초등학교 때부터 미국과 캐나다에서 살다가 다시 한국에 돌아온 지 3년여밖에 안된 싱어송라이터다. ‘Love You’는 2월9일 발매된 자신의 데뷔 EP ‘When’에 마지막으로 수록된 곡. 보석처럼 숨어있던 이런 곡을 ‘콕’ 집어내 OST로 쓴 ‘효리네 민박’ 제작진의 눈썰미가 놀랍기만 하다. 모나와의 인터뷰는 그래서 ‘효리네 민박’과 ‘Love You’ 이야기부터 시작됐다.  
= 반갑다. 아무래도 ‘효리네 민박’ 얘기부터 꺼내야 할 것 같다. ‘Love You’가 어떻게 삽입됐나. 
“원래 제가 ‘효리네 민박’ 애시청자였다. 2월25일 그날도 TV를 보는데 이 노래가 갑자기 나와 깜짝 놀랐다. 전혀 몰랐었다. 회사 대표님(비크엔터테인먼트 김찬욱)한테 전화를 걸어 ‘지금 JTBC 보시냐?’고 물었을 정도다. 화면을 찍어 부모님한테도 보내드렸더니 ‘대박’이라고 하셨다(웃음). 대표님이 각 방송사에 미리 홍보용 CD를 돌렸는데 ‘효리네 민박’ 스태프가 이 중에서 선곡한 것 같다. 작가분이 골랐는지, PD분이 골랐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 앨범에는 인트로 빼고 총 5곡이 실렸는데 왜 하필 마지막 노래였을까. 
“앞에 실린 4곡은 다앙한 이별 이야기다. 아프고 씁쓸한 이별(Run Away), 다시 돌아가고픈 이별(Time Stops), 그냥 생각만 해도 슬픈 이별(Without You), 이런 것. (전 곡이 영어로 된) ’Love You’는 ‘Without You’를 번역한 버전인데, 직역 대신 아에 밝은 가사로 쓰다보니 러브송이 돼버렸다.”
= 신인으로서는 출발이 아주 좋은 것 같다. 곡 얘기는 천천히 하기로 하고, 우선 본인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94년생이고, 초등학생 때 이모님이 살던 미국으로 갔다가 부모님 직장 때문에 다시 캐나다로 이사를 가서 그곳에서 계속 공부했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고 한국에 온 지는 22살 때, 그러니까 만 3년 정도 됐다.”
=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됐나. 
“한국에서 음악을 하고 싶다는 꿈은 항상 갖고 있었다. 영어로 팝송을 부르고 공연을 하다보니까 정작 한글가사를 부를 기회가 없더라. 그래서 졸업하자마자 알바해서 모은 돈으로 비행기표를 끊고, 부모님과는 상의없이 통보식으로만 말하고 한국에 왔다. 처음에는 걱정 많이 하셨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응원해주신다. 아버지가 평소 무뚝뚝한 편이신데 지금은 하루종일, 주무시는 시간만 빼놓고 제 CD를 들으신다고 한다.”
= 집에서 음악 하는 것을 반대했었나. 
“사실 부모님이 음악을 좋아하신다. 그래서 초등학생 때부터 김동률 선생님이나 성시경 선배님 노래를 좋아했다. 부모님은 직업보다는 사이드로만 음악을 하길 바라셨지만, 제 생각에 제 삶은 음악 아니면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실기를 준비해 음악 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 모나(Mona)가 예명 같은데 무슨 뜻인가. 그리고 현재 소속사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지도 궁금하다. 
“‘모나리자’의 그 모나다. 소속사 계약 후 아티스트로서 제 이미지를 잡아갈 때 대표님이 슬픈 듯하면서도 신비로운 미소의 모나리자를 떠올리셨다. 대표님과는 지난해 3월 알게 됐다. 생계를 위해 카페에서 알바를 하던 때였는데 손님이 한가한 시간에 틀어놓은 제 데모CD를 마침 카페 단골손님이던 대표님이 들으셨던 것이다.”(김찬욱 대표는 음원 퍼블리싱과 드라마음악 저작권 관리업계에서 오랫 동안 일해온 베테랑으로, 본인이 직접 가수 제작을 위해 설립한 회사가 비크엔터테인먼트이고 그 1호 가수가 모나다.)
= 모나씨 보컬 톤은 뭔가 오톨도톨 결이 있는, 엠보싱 같은 촉감이 매력인 것 같다. 
“대표님도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 감사드린다.”
= 데뷔 EP ‘When’을 함께 들어보자. 우선 앨범 재킷부터. 
“작사작곡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제 앨범 재킷에 대한 디테일한 의견을 내는 것을 좋아한다. 해질 무렵, 밖에 있는 전깃줄이 오선지처럼 비출 무렵, 애절하고 뭔가 회상에 잠긴 듯한 제 모습을 담았다. 이런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일부러 이 앵글로 틀어 촬영했다. 벽에 있는 노란 장미는 꽃말이 ‘완벽한 성취’다. ‘When’과 ‘Mona’를 손글씨처럼 쓴 것은 제 일기장 같은 앨범이니까 더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래 손글씨체를 좋아한다.”
= 앨범 제작은 얼마나 걸렸나. 
“8개월 정도 걸렸다. 노래는 언제나 제 삶속에 있었지만 곡을 직접 쓴 지는 2년 정도밖에 안된다. 이번 앨범에 실린 곡들은 전부 처음 제가 쓴 곡들이 실렸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 자, 이제 각 곡에 대한 코멘터리를 부탁드린다. 첫 곡은 ‘Intro’. 막판에 들리는 째깍째깍 이 소리는 무슨 의미인가.
“PD님(엑소의 ‘Tender Love’를 비롯해 미쓰에이, 포미닛 등의 곡을 작업한 Artronic Waves)한테 다른 곡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맛보기 트랙을 말씀드렸는데 너무나 좋은 인트로를 보내주셨다. 다음에 나올 곡들은 이런 분위기로 갈 것이라는 소개, 그런 느낌을 담았다. ’째깍째깍’은 앨범 제목 ‘When’이라는 게 시간 요소가 들어가니까 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집어넣으신 것 같다.”
= 설명을 듣고보니 마치 초침이 뒤로 움직이며 내는 소리 같다. 타이틀곡은 2번트랙 ‘Run Away’다. 마음이 변한 연인에게 이별을 알리기까지 복잡한 감정을 담은 곡인데, 문맥상 ‘Run away from you’가 아니라 ‘Run away from me’가 맞는 것 아닌가. 
#. “Run Away’ 가사 = 언제부터였니 사랑한다던 나에게 숨길 수 없는 수많은 상처만 남긴 너 숨을 쉴 수도 없이 넌 나를 조르고 셀 수 없는 외로움 속에 날 가뒀어 / 변한 너의 모습이 내 맘에 들어와 날 들었다 미치게 흔들어놔 제발 그만하자고 난 소릴 질러도 억지로 날 끌어안는 너 / Baby Run Run Run Run Away Away from you
“화자가 도망가는 것이니까 ‘from you’가 맞다. 명령문이 아니다(웃음). 가사를 쓸 때 책과 영화를 많이 보는데 이 곡을 쓸 때 당시 읽던 책의 여주인공이 가슴 아파하고 그러더라. 그런 것보다는 ‘이젠 내가 너를 떠나도 될 것 같다’는 당당한 느낌을 담고 싶었다.”
= 동사로 시작해서 명령문인 줄로만 알았다(웃음). 3번트랙 ‘Red Light’에 대한 곡설명도 부탁드린다. 
“이 곡은 제가 아니라 프로듀서님이 작곡하셨다. 이 곡에 가사를 써야 하는데 사랑 이야기보다는 다른 것이 어울리겠다 싶었다. 퇴근후 집에 돌아가는 길에서 빨간 신호등을 봤다. 그 순간, 모든 사람들과 시간이 멈춰버린 듯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서 내일이 안온다면, 이런 생각이 들더라. 1절과 2절은 스토리가 좀 다른데, 1절은 삶에 지친 상황에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2절은 아침이 올 때까지 밤을 즐기자는 내용을 담았다. 스테레이트한 가사라기보다는 제 생각을 메타포에 담았다.”
= 4번트랙 ‘Without You’와 6번트랙 ‘Love You’를 들으면서 두 어쿠스틱 기타의 질감이 서로 다른 것이 흥미로웠다. ‘Without You’ 기타가 약간 끈적거리고 물기가 있다면, ‘Love You’ 기타는 좁더 낭랑하고 건조하며 가벼운 느낌이 든다.    
“소름이 끼친다. 사실, 편곡 작업을 하면서 ‘Without You’는 ‘웨트(wet)’하게, ‘Love You’는 ‘드라이(dry)’하게 기타 믹싱작업을 했다. 제대로 들으신 거다.”
= 음악의 힘일 것이다. 곡 설명을 부탁드린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이 있는데, 한 스토리를 갖고 다른 주인공들의 시선으로 챕터가 나눠진다. 같은 상황이지만 완전히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렇게 해서 ‘Without You’와 ‘Love You’가 탄생하게 됐다. 편곡할 때는 일렉 피아노로 가야할지 어쿠스틱 피아노로 가야할지 고민했지만, 목소리의 질감이라든가 감정이 어쿠스틱 기타로만 가야 더 잘 표현될 것 같았다.”
= 그러고 보면 ‘네가 없는’ 상황이 두 곡에서 전혀 다르게 펼쳐진다. 
#1. ‘Without You’ = Without you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너 없이 Without you 누가 날 사랑해줄까 너만큼
#2. ‘Love You’ = Tell me that you’ll always be here with me Without you I’ll never be the same
“‘Love You’는 한 곡쯤은 영어로 된 노래를 집어넣으면 괜찮을 것 같아 만들게 됐다. ’Without You’를 번역해보기로 했는데 직역보다는 아예 다른 스토리로 쓰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Without You’는 이미 네가 없는 상태에서 나에 대한 이야기, ‘Love You’는 지금 네가 있는 상태에서 나에 대한 이야기, 이 차이다. 오랫동안 본 사이이지만 한번 더 너에게 반한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더욱 밝고 경쾌하게 표현해봤다.”
= 5번트랙 ‘Time Stops’는 편곡이 가장 화려하다. 타악기도 많이 들어갔고. 
“가사가 슬프기는 하지만 BPM으로 따지면 이번 앨범 중에서 가장 빠른 곡이다. 너를 너무 그리워해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다는 내용으로 초안을 썼고 이후 프로듀서분들과 작사 작업을 같이 했다. 리듬 있게 편곡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서로 오고가서 이 곡만큼은 화려하게 편곡했다. 만약 제가 춤을 잘 춘다면 이 곡에서 춤을 췄을 것이다.”
= 앞으로 모나라는 뮤지션은 어떤 음악을 들려줄 계획인가. 
“뻔한 대답일 수 있지만 어떤 곡이어도 모나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모나의 감성이 묻어나는 곡을 들려드리고 싶다. 음악에 관해서만큼은 고집과 색깔이 뚜렷한 음악을 하고 싶다.” 
= 올해 계획은.
“5월쯤에 싱글이 됐든 EP가 됐든 새로운 곡이 나올 것 같다. 이미 제가 써놓은 곡이 많기 때문에 곡이 없어 앨범 발매가 늦춰지지는 않을 것 같다. 싱어송라이터의 욕심이겠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가고 싶다.”
= 음색이 워낙 좋고, 공감 가는 가사 포인트가 많아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크다. 계속 성원하겠다. 
“고맙다.”
/ kimkwmy@naver.com
사진제공=비크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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