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스피드업 의욕’ KBO 리그, 스트라이크존은 어떻게 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3.11 14: 34

KBO 리그가 경기시간단축으로 대변되는 이른바 ‘스피드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취지에 동감하고 있지만, 가장 확실한 대안이 될 만한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논의는 아직이다.
KBO는 지난 8일 자동고의사구 도입을 골자로 한 스피드업 규정 대책을 발표했다. 자동고의사구는 감독이 심판에게 고의사구 의사를 전달하면 투수가 공을 던지지 않아도 심판이 볼넷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행 중이며 일본프로야구도 올해부터 도입한다. 여기에 포수가 마운드를 방문하는 횟수도 종전 3회(연장전 포함)에서 2회(정규이닝 기준)로 줄어든다.
KBO가 스피드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단순하다. 경기 시간이 늘어지면 팬들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장기적으로는 팬 이탈을 가져오는 큰 위협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KBO 리그의 경기시간은 3시간 21분(연장전 포함)이었다. 3시간 안팎의 메이저리그도 경기 시간이 길다고 ‘스피드업’을 외치는 판국이다. 실질적인 효과가 미지수인 자동고의사구 도입에서 KBO의 절박함을 읽을 수 있다.

현장에서는 전반적으로 취지에 동의한다는 분위기다. 수도권 구단의 한 단장은 “물론 자동고의사구 도입으로 줄어드는 경기 시간은 미비할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KBO가 강력한 의지와 메시지를 내놨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방구단의 한 단장은 “서울이야 교통망이 늦게까지 잘 되어 있지만, 지방의 경우는 다르다. 조금만 늦어도 교통편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다. 이는 팬들의 경기장 방문 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점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많다. KBO 리그는 전형적인 타고투저의 흐름으로 가고 있다. 득점이 너무 안 나도 문제지만, 득점이 너무 많이 나면 경기시간이 길어지고 경기 흐름이 늘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다. 이에 현장에서는 몇 년째 “스트라이크존을 넓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밸런스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리면, 투수들의 성장에도 별로 좋을 것이 없다는 게 지배적인 목소리다.
투수들의 성향이 다른 만큼 목소리도 조금씩 다르지만, “존을 넓힌다면 높낮이를 조정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은 비교적 공통적이다. 한 투수는 “상하를 모두 넓히기 어렵다면, 높은쪽 코스만 넓혀도 효과가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차피 낮은 쪽 코스를 절묘하게 파고드는 공을 던지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스트라이크존에서 조금 높은 공도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는다. 이를 간파한 타자들도 당연히 배트를 내지 않는다. 투수들로서는 점점 어려운 승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KBO 리그도 높은 쪽을 좀 더 후하게 보겠다는 심판위원회 차원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흐지부지됐다는 게 투수들의 이야기다. 다른 투수는 “당시에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잡아주는 정도였다. 지금은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말한다. 일관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제법 크다. 또 다른 투수는 “시즌 초반에는 잡아주던 코스가 중반 이후로 가면 박해진다. 투수들로서는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당장 KBO 차원의 스트라이크존 조정 문제는 안건에 올라와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올해부터 스트라이크존이 조정되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한 관계자는 “스트라이크존 조정이나 마운드 높이 조정은 경기 본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KBO도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일단 자동고의사구나 마운드 방문 횟수 제한 등 제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부분부터 먼저 손을 댄 것 같다”고 풀이하면서 “여기서도 효과를 보지 않으면 결국은 존을 조정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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