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를 떨친 한 방이었다. 한화의 새 외인 타자 제라드 호잉(29)이 시범경기 첫 날부터 역전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대전 홈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호잉은 시범경기 개막전이었던 지난 13일 대전 넥센전에서 6회 역전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넥센 우완 김선기의 4구째 바깥쪽 낮게 들어온 144km 직구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라이너로 넘겼다. 비거리 115m, 역전 투런포. 기분 좋게 베이스를 도는 호잉을 향해 한화 선수들과 팬들이 모두 박수를 보냈다.
사실 호잉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부터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았다. 캠프 11경기 성적은 26타수 4안타 타율 1할5푼4리 1홈런 2타점. 시범경기 첫 날에도 2회 2루 땅볼, 5회 1루 땅볼로 맥없이 물러났다. 특히 5회 타이밍을 빼앗기며 1루 땅볼로 아웃된 뒤엔 덕아웃에서 자신에게 화를 내는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보란 듯 다음 타석에서 홈런으로 만회했다. 한화 장종훈 수석코치는 "호잉이 두 번째 타석을 마치고 스스로에게 화를 내더라. 너무 순한 것보다 때로는 그런 근성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욕이 크다"고 말했다. 호잉은 "야구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있기 마련이다. 야구의 일부분일 뿐이다"며 대수롭게 않게 말했지만 나름대로 마음고생이 있었을 것이다.
전임자 윌린 로사리오의 존재감이 워낙 컸던 한화인지라 호잉의 더딘 적응이 못 미더울 수 있었다. 캠프 연습경기 부진으로 외부에서는 호잉에 대한 불안한 시선이 없지 않았지만, 한용덕 감독은 초지일관 호잉에게 인내를 보였다. 한 감독은 "같은 야구라도 문화나 리그가 다르다. 자신이 해오던 루틴을 바꿔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처음부터 잘하는 선수는 어디에도 없다. 믿고 기다리면 분명히 잘해줄 것이다"고 신뢰를 보냈다.
호잉도 자신의 스타일만 무조건 고집하지 않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알아서 스윙 메커니즘에 변화를 주며 적응에 노력했다. 한용덕 감독은 "한국 투수들을 상대하며 호잉 본인도 뭔가 느낀 게 있는 듯하다"며 "그동안 상체 위주로 타격해지만 하체를 쓰는 인앤아웃 스윙을 하며 타구가 좋아졌다"고 변화를 말했다.
장종훈 수석코치도 "빠지는 스윙에서 던지는 스윙으로 바뀌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왔다. 첫 홈런이 빠르게 나오면서 호잉도 부담을 덜 것이다"며 "지금까지 한화 외인 타자들은 거의 성공했다. 그 선수들도 모두 기다린 결과였다. 투수와 달리 타자는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호잉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호잉도 대전에 오면서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다. 그는 "홈구장이 좋다. 그라운드 상태가 괜찮고, 클럽 하우스도 넓다. (구단에서 제공해준) 집도 굉장하다. 야구장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라 마음에 든다"며 "캠프에선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투수들의 공을 보는 데 주력했다. 타격 결과는 신경 쓰지 않았다. 타석에서 최대한 편하게, 투수들에게 익숙해지기 위한 과정이다. 개막까지 2주 남았는데 100% 상태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