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90%는 정해졌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야수진은 구성을 거의 끝마쳤다. 백업 1루수, 대타 자원을 어떻게 선택하느냐 문제만 남아있었다. 주전 최재훈을 뒷받침할 1군 백업 포수도 90%의 범주에 포함돼 있었다. 캠프 때부터 성장세를 보인 지성준(24)의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한용덕 감독은 "지성준의 페이스가 좋다. 최근 훈련에서도 장쾌한 홈런성 타구를 계속 치고 있다"면서도 "거의 90% 정해진 상태이지만 아직 10% 여지를 남겨놓았다"고 말했다. 시범경기 기간 동안 또 다른 포수 정범모(31)에게도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의미였다.
14일 대전 넥센전이 그 무대였다. 8번타자 포수로 선발출장한 정범모는 기회를 살렸다. 5회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무사 3루에서 넥센 선발 제이크 브리검의 4구째 바깥쪽으로 들어온 136km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05m.
타이밍을 빼앗겨 중심이 무너진 자세였지만 오른손을 놓는 스윙으로 앞에서 히팅 포인트가 맞아 넘어갔다. 정범모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 수비에서도 새 외인 투수 제이슨 휠러와 호흡을 맞춰 넥센 강타선을 억제했다. 공수에서 어느 정도 안정된 플레이로 반등 가능성을 보여줬다.
정범모는 캠프 연습경기에서 17타수 3안타 타율 1할7푼6리에 그쳤고, 수비에서도 몇 차례 실수를 범했다. 그 사이 지성준이 15타수 4안타 타율 2할6푼7리 1홈런 2타점으로 활약했다.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한용덕 감독 눈에 들었다. 세대교체를 하는 만큼 이왕이면 젊은 지성준에게 기회를 줄 참이었다.
한화 강인권 배터리코치는 "지성준이 체중, 체구에 비해 (포수 구역 내에서) 스피드가 좋다. 경기 운영이야 경험치가 부족해 공부를 많이 해야 하지만 타격 쪽에도 강점을 갖고 있는 선수다. 감독님도 계속 더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에 성준이에게 눈길이 가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범모에게도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강인권 코치는 "정말 열심히 하는 성실한 선수다. 경기를 할 때 자신감 없는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나름대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실력은 갖고 있는 선수다. 어떤 계기만 찾으면 좋아질 수 있을 것이다"며 "시범경기에서 정범모가 뛰는 걸 보며 조금 더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14일 넥센전을 마치고 한용덕 감독은 "주전 포수는 최재훈이다. 백업 자리는 계속 경쟁이다"고 말했다. 지성준에게 거의 굳어졌던 한용덕 감독의 마음이었지만 이날 활약으로 정범모도 기회를 더 받을 것 같은 분위기다. /waw@osen.co.kr
[사진] 정범모-지성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