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뭘 자꾸 치겠다고 그래?"
지난 17일 대전 NC전 시범경기에서 4-3으로 승리한 뒤 한화 덕아웃에선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주장' 최진행(33)이 한용덕 감독에게 "특타 한 번 치겠습니다"라며 나머지 훈련을 요청한 것이다.
이에 한용덕 감독은 "특타 치지 말고 경기 때 좀 쳐라"고 웃으며 말렸지만 최진행의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결국 한 감독은 "그래 알았다, 조금만 쳐라"는 조건으로 허락했다. 이양기 타격보조코치가 훈련을 도왔다.
한 감독은 "특타를 하지 말라고 말렸는데 조금이라도 치고 가겠다고 한다. 원래 공부 잘하는 사람들은 나머지 공부를 하지 않는데…"라며 농담을 던졌다. 최진행은 경기 후 30분가량 대전 홈구장에 남아 홀로 특타를 했다.
최진행은 이날 NC전에 5번타자 좌익수로 선발출장, 4타수 1안타를 쳤다. 4회 왕웨이중에게 좌전 안타를 뽑아냈지만, 이후 두 타석에선 모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시범경기 4경기에서 14타수 2안타 타율 1할4푼3리 1타점 1득점 2볼넷 4삼진을 기록 중이다.
최진행은 "오늘 안타를 하나 쳤지만 내 밸런스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아 그 부분을 연습했다"며 "부족하면 (나머지 특타도) 찾아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행에 앞서 김태균과 송광민도 지난 12일 시범경기 첫 날 경기를 마치고 짧게 특타를 소화했다.
지난해까지 한화의 트레이드마크가 경기 후 나머지 단체 특타였다. 당일 경기에서 감이 좋지 않았던 타자들이 특타 멤버로 경기장에 남아 1시간 넘게 훈련했다. 외국인 타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단체 특타는 없다. 강제가 아닌 스스로 필요에 의해 짧은 시간 특타를 하는 분위기다.
최진행은 "지금 팀 분위기가 좋다. 투수들도 잘 던지고 있고, 다들 각자 역할을 잘하고 있다"며 자신도 주장으로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중심타자 이성열이 지난 14일 사구에 의한 종아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만큼 최진행의 활약이 더 중요해졌다. 특타를 해서라도 부족함을 메워야 할 상황이다.
한용덕 감독도 못 말린 최진행의 의지. 주장의 책임감이 타격감 회복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