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겪었던 SK 불펜이 명예회복의 기운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직 시범경기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는 훨씬 나은 리포트를 작성할 만하다.
SK는 17일까지 가진 네 차례의 시범경기를 모두 이기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물론 시범경기 결과에 그렇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지만 내용이 너무 좋다. 마운드가 안정감 있게 경기를 만들어주고 있고, 타선은 좋은 응집력을 선보이며 홈런 의존도 탈출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불펜의 호조다.
SK 불펜은 지난해 곳곳에서 상처가 컸다. 불펜 평균자책점은 5.63까지 치솟았고 24번의 블론세이브는 리그 최다였다. 2016년까지만 해도 불펜 평균자책점이 리그 4위(4.90)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하락 그래프였다. “불펜이 제 기능을 했다면 SK가 5위로 시즌을 끝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오키나와 연습경기, 시범경기 결과만 놓고 보면 SK의 가장 안정적인 지점이 바로 불펜이다. SK 불펜투수들은 첫 4경기에서 총 20이닝을 던져 단 3실점만을 했다. 평균자책점은 1.35에 불과하다. 21탈삼진-5볼넷의 비율도 훌륭하다. 선발 자원으로 분류되는 문승원(1이닝)을 빼도 숫자 자체가 좋다. 그 결과 팀 전체 평균자책점도 2.00으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심지어 17일과 18일 2군 연습경기에 나간 선수들도 모두 무실점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손혁 투수코치는 “불펜에 좋은 투수들이 많다. 결코 약한 전력이 아니다.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선수들도 “전체적으로 모든 투수들의 준비 과정이 좋다”고 했는데 그런 자체 평가가 마냥 허풍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해 집단난조로 바닥까지 떨어졌던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는 것은 가장 큰 수확이다.
SK는 올해 강력한 선발진 구축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 더 이상 기량을 검증할 것이 없는 외인 에이스 메릴 켈리에 에이스 김광현이 돌아온다. 최고 150㎞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앙헬 산체스의 합류, 지난해 12승을 거둔 박종훈의 안정감, 그리고 더 성장이 기대되는 문승원 김태훈까지 합치면 다른 팀에 비해 뒤질 것이 없다는 평가다. 여기에 불펜까지 명예회복에 성공한다면 마운드 전력은 지난해에 비해 획기적인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개막 엔트리를 향한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자리는 김광현의 휴식 시간을 커버할 김태훈까지 포함해 8자리에 불과하지만, 10명이 넘는 선수들이 여전히 경쟁 중이기 때문이다. 당초 시범경기 일정의 절반이 지나갈 때쯤 결과와 구위를 종합 판단, 엔트리 진입 여부가 대략 결정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흠잡을 곳 없는 피칭을 선보이고 있어 탈락자를 고르기가 쉽지 않다. 힐만 감독의 최종 결정도 계속 미뤄진다. 물론 팀을 생각하면 좋은 일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박정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