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코치들은 정진기(26)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항상 즐겁다. “앞으로 크게 발전할 수 있는 선수”라는 결론이 돌아온다. 정경배 타격코치도, 박계원 수비코치도, 정수성 주루코치도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그만큼 다방면에서 매력을 갖춘 선수다. SK 외야에 이런 선수가 나온 것도 참 오래간만이다.
정진기는 ‘5툴 플레이어’로 발전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경배 코치는 “타격폼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중·장거리 타자로 발전해 20홈런 이상도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한다. 정수성 코치는 “차고 나가는 힘 하나만은 우리 팀에서 최고다. 발도 빠르고, 어깨도 강하다. 중견수 포지션도 능히 소화한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모든 코치들이 정진기를 ‘걸작’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2016년 말 군 제대 당시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하는 시선은 없었다. 그러나 재능이 주머니를 뚫고 나오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정진기의 잠재력은 2016년 마무리캠프와 2017년 전지훈련을 거치며 코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해에는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기도 했다. 다소간 기복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1군 90경기에 나갔다. 그 전까지 1군 출장은 24경기가 고작이었다.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대포 두 방을 쏘아 올렸다.
사실 오키나와 캠프에서는 선수 스스로가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정진기는 “지난해 가고시마 마무리캠프 때까지는 타격 페이스가 좋았는데, 지금은 조금 주춤한 양상이다. 몸 상태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다행”이라면서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고 웃었다. 실제 SK 외야에는 정진기에 비해 더 많은 경기에 출전했고, 더 많은 실적을 쌓은 선수들이 즐비했다. 개막 엔트리 진입도 불투명했다.
그러나 정진기의 노력은 SK 외야 경쟁 구도에 제대로 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SK의 치열한 외야 경쟁에서 실력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일보 직전이다. 정진기는 시범경기 일정 첫 4경기에서 타율 7할5푼의 맹타를 휘둘렀다. 표본이 적기는 하지만 6개의 안타 중 2루타 이상의 장타가 4개나 된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무려 2.227이다.
지난해 정진기는 대타 임무에 잘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이 젊은 선수에게는, 경기 후반에 들어가 집중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노하우가 부족했다. 그러나 시범경기 일정에는 경기 막판 들어가 해결사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출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보완해 나가고 있다. 타석에서 끈질기게 공을 보고, 볼넷을 고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자신도 모르게 정진기는 분명, 지난해 이맘때보다는 더 나은 선수가 되어 있다.
그런 정진기에게 필요한 것은 이제 경험이다. 좋은 경험을 만나면, 그 잠재력이 무럭무럭 자랄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정진기는 “공·수·주 모두에서 모두 더 발전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어려운 경쟁이지만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 정진기는 일단 올 시즌 목표를 “개막 엔트리 진입”으로 잡았다. 그 다음은 풀타임이다. 하지만 SK의 기대는 개막 엔트리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주전 중견수가 정진기의 최종 종착역이라고 믿는다. 걸작 탄생의 원년이 될지 모든 이들이 숨을 죽여 지켜보고 있다.
2018년 프리뷰
개막 엔트리 진입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시범경기에서의 활약이 워낙 좋다. 쓰지 않을 수 없는 수준임은 분명해 보인다. 일단 확실히 자리를 잡으면 더 뻗어나갈 수 있는 선수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바뀐 타격폼에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고, 수비와 주루에서의 가치도 확실하다. 코너 외야는 물론 중견수 수비까지 거뜬히 소화하는 활용성을 갖췄고 주루에서도 능히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 주전으로 시즌을 시작하지 못한다고 해도 충분한 출전 기회를 받을 수 있는 이유다. 이처럼 정진기의 성장은 2018년 SK를 바라보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 관전평이 즐겁다면 SK의 외야도 향후 10년을 책임질 인재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