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에게 가장 효율적인, 그리고 타자에게 가장 위협적인 공은 역시 제구되는 빠른 공이다. 타자가 판단할 시간이 더 짧으니 당연하다. 150㎞가 넘어가는 공은 물리적인 속도 자체만으로도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위력을 갖췄다.
올해는 150㎞ 이상을 던지는 외국인 선수들이 대거 입단해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물론 공만 빠르다고 성적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강속구 자체가 많은 이들의 로망인 만큼 이들의 구속에도 관심이 모인다. 독보적인 1위였던 헨리 소사(LG)의 아성을 넘을 후보자들도 있다.
2012년부터 KBO 리그에서 활약하며 통산 59승을 거둔 소사는 적어도 현 시점에서 평균구속이 가장 빠른 선수다. KBO 공식 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의 집계에 따르면, 소사의 지난해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9.8㎞로 독보적인 1위(1000구 이상 기준)였다. 올해도 1위 후보다. 다만 소사도 이제는 30대다. 실제 소사의 평균구속은 2015년 151.7㎞, 2016년 150.1㎞였다. 매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새롭게 가세한 외국인 선수들이 소사에 도전장을 내민다. 앙헬 산체스(SK)와 키버스 샘슨(한화)이 대표적인 투수들이다. 이들은 메이저리그(MLB)에 있던 시절 빠른 공 자체만으로도 국내 복수 구단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을 정도였다. 적어도 공 자체는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실제 두 선수는 시범경기부터 150㎞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며 예열을 진행 중이다. 산체스는 16일 대구 삼성전에서 최고 154㎞의 공을 던지며 4이닝 동안 탈삼진 9개를 기록했다. 산체스의 힘 있는 빠른 공에 삼성 타자들이 큰 곤란을 겪을 정도였다. 오키나와 캠프 당시 가진 요미우리와의 연습경기에서는 포심 평균이 151㎞를 기록하기도 했다. 산체스는 “날이 따뜻해지면 구속은 더 오를 것 같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샘슨도 17일 대전 NC전에서 최고 153㎞의 구속이 나왔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제구와 커맨드에서도 큰 문제를 드러내지 않으며 기대를 키웠다. 산체스와 마찬가지로 예열이 끝나면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 150㎞대 중반의 최고 구속도 기대할 만하다.
NC의 왕웨이중 또한 MLB에서는 위력적인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였다. 17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최고 150㎞를 던졌다. 전지훈련 당시에는 최고 153㎞를 기록하기도 하는 등 역시 파이어볼러로서의 잠재력을 뽐내고 있다. 넥센과 계약하고 KBO 리그에 돌아온 에스밀 로저스도 2015년 당시 평균 150㎞ 남짓의 패스트볼을 던졌다. 스태미너는 검증을 마쳤다.
KBO 리그 역사상 선발투수로서 가장 빠른 평균구속을 기록한 투수는 2012년 레다메스 리즈(당시 LG)로 152.4㎞였다. 소사를 넘어 이 기록에도 도전할 선수가 나올지도 관심사다. 구속만큼 성적도 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skullboy@osen.co.kr
[사진] SK 앙헬 산체스.